꽝남성 하미 마을에는 베트남전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위령비가 있습니다. 2001년 한국의 베트남전 참전자 단체가 건립을 지원했습니다.
“과거 우리에게 원한을 불러일으키고 슬픔을 안긴 한국 사람들이 찾아와 사과를 하였다. 그리하여 용서를 바탕으로 비석을 세우니 인의로써 고향의 발전과 협력의 길을 열어 갈 것이다.”(위령비 비문 중)
위령비에 주민들은 용서의 마음을 담았지만 한국군의 가해 사실을 명시했다는 이유로 한국 정부와 참전자 단체가 압력을 행사해 비문은 연꽃 그림 대리석에 덮이고 말았습니다. 비문에 가려진 그날의 진실은 무엇일까요?
[1968년 2월 24일]
베트남 전쟁, 구정대공세의 후폭풍이 불던 시기 한국군 청룡부대가 135명의 주민을 집단학살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참살된 주민 대다수는 저항하거나 공격할 수 없는 노인, 여성, 어린아이였습니다.
학살 다음날 한국군은 불도저로 시신을 밀어버립니다.
유가족들은 그날의 원통한 기억을 안고 지금까지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미 학살 피해자들은 참혹한 경험과 좌절된 기록을 넘어, 25년간 한국 정부에 피해 진상 규명을 요구해왔습니다.
[2018년 4월]
하미학살 피해자 응우옌티탄이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문제를 다룬 시민평화법정에서 학살을 증언했습니다. 재판부는 한국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2019년 4월]
하미 학살 등 베트남 중부 민간인 학살 피해자 103명이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청와대에 제출했습니다.
[2019년 9월]
그러나 국방부는 보유 중인 전투 사료에 민간인 학살 내용이 없다며 베트남 피해자들의 요구를 거부했습니다.
[2022년 4월]
이에 멈추지 않고 하미 학살을 알리기 위해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하미 마을 피해자들(응우옌티탄 등 5명)은 한베평화재단이 연대하는 베트남전쟁 시민사회 네트워크의 지원을 받아 진실화해위원회(이하 진화위)에 진실 규명을 신청했습니다.
[2023년 5월]
하지만 피해 인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논의를 1년 넘게 끌던 진화위는 결국 조사가 불가하다는 각하 결정을 내려 하미 피해자들을 눈물짓게 했습니다.
진화위는 결정 통지문으로 “외국에서 외국인에 대하여 전쟁시에 발생한 사건으로까지 확대되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사유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과거사기본법상 하미 마을 학살은 1968년(시기), 한국군 작전수행과정(공권력)의 민간인학살 사건(중대한 인권침해사건)으로 조사범위에 해당하며, 법 어디에도 외국인, 외국, 전쟁시 사항을 배제한다는 규정은 없습니다.
왜 하미의 상처에만 임의로 국적과 민족의 잣대를 들이댄 걸까요?
[2023년 7월]
하미 마을 학살 피해자 5명은 굴하지 않고, 진화위의 각하결정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진화위의 결정문을 보고 정말 큰 충격을 받았고 화가 났습니다. 이번 행정소송으로 끝까지 갈 것입니다. 한국 정부가 잘못을 인정하고 하미 피해자에게 사과할 때까지 요구할 것입니다.”
(응우옌티탄, 하미 학살 생존자)
한베평화재단과 베트남전쟁 시민사회 네트워크는 하미 학살 피해자의 행정소송을 지원하며, 진실을 향한 걸음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하미 마을의 진실을 덮으려던 각하결정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2024년 6월 25일] | 행정소송 1심 판결
원고 : 하미학살 사건 피해자(응우옌티탄 등 5인)
피고 : 진실화해위원회
전쟁범죄 피해자가 나이들고, 더는 증언할 수 없는 날을 기다리는 한국정부. 진실을 향한 피해자와 한국 시민들의 진정성 앞에 부끄럽지 않나요.
“저는 이제 나이가 많아요. 소송이 끝날 때까지 함께 하기에는 건강도 많이 쇠약해졌습니다. 언젠가 진실 규명 결과가 나와도 연로한 저에게 허락된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제가 소송 과정을 지켜볼 수 있게, 돌아가신 제 어머니와 학살 피해자인 동생들에게 제가 향불을 피워줄 수 있도록 앞으로 제가 건강하길 바랄 뿐입니다.”
(응우옌럽, 하미학살 유가족)
“한베평화재단이 없었다면, 한국의 개인과 단체가 없었다면 나는 진즉에 포기했을 것입니다. 내가 계속 나아갈 결심을 한 것은 오직 여러분 같은 사람들의 손 덕분입니다. 소송이 마무리되는 순간까지 내 건강과 시간이 허락될지 모르겠으나 저 또한 여러분과 함께 노력할 것입니다.”
(응우옌꼬이, 하미학살 유가족)
하미 마을의 눈물을 닦아주고 진실을 바로 세우는 발걸음이 이어질 수 있도록, 여러분이 한베평화재단과 함께해주세요!
글·제작 | 이혜복 활동가
※ 이번 카드뉴스 관련 사진에 도움을 주신 김창섭(이코노미21, 소박한자유인) 님과 박상환 작가 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베트남 하미 마을 학살
진실을 향해가는 우리의 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