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규명 평화연대"전쟁범죄를 인정하는 국가를 원한다" - 응우옌티탄 국가배상소송 항소심 4차 변론기일

전쟁범죄를 인정하는 국가를 원한다

- 응우옌티탄 국가배상소송 항소심 4차 변론기일 -


항소심에서도 승소! 4차 변론기일 이후 법정 앞에서 다함께 응우옌티탄의 승소를 외쳤습니다. 


54개월. 2020년 4월부터 시작된 퐁니·퐁녓학살 피해자 응우옌티탄 님의 국가배상소송 투쟁이 4년 6개월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2024년 10월 11일(금) 오후 4시, 국가배상소송 항소심 4차 변론기일이 열렸습니다. 

이날 변론기일은 원고와 피고가 각각 30분씩 PPT 발제로 집중변론을 했습니다. 양측 모두 1심 승소 판결의 요지를 재판부에 상기시키며 항소심에서 강조하고 싶은 변론과 함께 상대방의 주장을 논박했습니다. 변론이 끝난 후 재판부는 추가 변론기일 없이 이날 2심을 종결했고 항소심 선고일을 2025년 1월 17일(금) 오후 2시로 공지하였습니다.

1심 최종 변론기일에서는 원고가 1시간 30분, 피고는 30분간 집중변론을 했었습니다. 2심의 최종 변론기일 시간은 1심보다는 짧았지만 재판의 거의 모든 핵심 쟁점을 두고 다툰 그야말로 집중 변론이었습니다. 

청구권 소멸 여부를 두고 양측은 상반된 변론을 했습니다. 피고는 한·월/한·미 군사실무약정서 및 한·월 청구권협정을 근거로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을 주장했습니다. 당시 민간인 피해에 대해서는 주월한국군 소청사무소를 통해 배상했다는 근거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원심에서는 한·월 군사실무약정서의 내용이 베트남 국민 '개인'의 대한민국에 대한 청구권을 베재하는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원고는 이러한 점을 다시 강조하며 소청사무소를 통한 배상절차가 진행되었으나 이러한 절차의 존재가 원고의 청구권 소멸이나 손해배상 완료를 의미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국가배상법 상호보증 여부도 양측의 판단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피고는 베트남의 국가배상법을 분석하며 상호보증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는데 원고는 그러한 피고의 주장이 상호보증에 대한 부당한 축소 해석이라 주장했습니다. 또한 피고가 “베트남 법령이나 판례에는 우리나라 법원과 같이 소멸시효 완성을 완화하는 법리가 없는 점”이라 주장했으나 원고는 그러한 부존재에 대한 입증은 아무런 근거가 없음을 지적했습니다.

준거법에 대해서도 다퉜습니다. 피고는 1심에서는 1968년 남베트남 법률 적용을 주장했으나 재판부에 남베트남 법률을 제출하지 못했고 2심에서는 현 베트남 국가배상법을 적용해야한다고 변론을 수정하며 구 섭외사법이나 국제사법의 적용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원고는 이 사건이 대한민국의 공무수행과 관련된 공법적인 법률관계에서 발생한 사건이기에 대한민국 국가배상법이 준거법으로서 마땅하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피고는 원고의 한국군에 의한 학살 피해 사건 자체에 대해서도 전면 부정했습니다. 그중에 하나만 소개하자면 피고는 파월한국군 헌병대 수사계장 성백우 씨의 진술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는 2000년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학살 진상조사 관련 상부의 부당한 은폐 지시가 있었음을 증언했는데 진술서에서는 이를 부정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당시 성백우 씨를 인터뷰했던 황상철 기자의 사실확인서를 통해 당시 인터뷰가 성백우 씨의 요청에 의해 이루어진 점, 기사가 나간 이후 아무런 문제 제지가 없었던 점 등을 들어 당시 기사가 성백우 씨의 양심 증언에 따른 것임을 확인했습니다. 그밖에도 피고는 당시 피해 사건의 주체가 한국군일 가능성을 전면 부정했고 근거가 희박한 베트콩의 한국군 위장설을 재차 주장했습니다.


변론기일 이후 법정 앞에서 진행된 백브리핑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이선경 변호사.


연대 방청을 해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원고 측 변호인들
왼쪽부터 이선경, 김남주, 박진석, 장완익, 임재성 변호사.

중요한 쟁점인 소멸시효에 대해서도 다시금 공방이 있었습니다. 원고는 기존의 주장에서 더 나아가 전쟁범죄가 갖는 중대한 반인권행위의 특수성을 강조했습니다. 2017년 한국 고등법원의 미군 ‘위안부’ 판결을 재판부에 상기시키며 민사법적 논리만 내세워 소멸시효로 피해회복의 길을 막는 것이 타당하지 않음을 주장했습니다. 반면 피고는 소멸시효에 관한 법률을 제한적이고 축소적으로 적용하여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원고는 베트남 정부도 이번 소송을 통해 진실규명이 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음을 재판부에 상기시키며 이번 소송이 한베 외교에 전혀 문제없고 오히려 피고의 항소가 양국의 진정한 평화적 외교에 반하는 것임을 설명했습니다. 또한 응우옌티탄이 1심 재판의 한국 법정에 출석해 재판부에 간절히 진실규명을 호소했던 최후 진술을 인용하며 피해자의 진정 어린 호소를 다시금 모두에게 전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피고는 동작동 국립현충원의 베트남전 전사자 묘역 사진을 보여주며 이번 소송이 참전군인들의 명예와 직결된 점을 재판부에 어필하며 학살 피해 책임을 전면 부정했습니다. 


2022년 8월, 당사자 신문을 위해 한국 법정에 출석한 응우옌티탄


"한국 정부와 참전군인이 사실을 인정하고, 당시 사건의 피해자와 그 가족의 고통을 덜 느끼게 해주세요. 그런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서 인정하고 위로해주세요. (중략) 재판부에 도움을 받고 싶습니다. 저는 생존자 증인입니다. 저는 8살부터 지금까지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부상은 아직도 아픕니다. 그래서 잊을 수 없습니다. 사실대로 판결을 내려주시길 원합니다. 저는 베트남에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제가 말한 것은 사실입니다. 거짓말하지 않습니다. 재판장님, 저를 도와주세요"

- 2022년 8월 6일, 원고 응우옌티탄 당사자 신문 중


1심에서의 원고 승소 판결에도 불구하고 2심에서 피고 대한민국은 전혀 달라진 것이 없었습니다. 1968년 2월 12일, 퐁니·퐁녓에서 민간인 피해가 있었던 점은 부정하지 않았지만 한국군일 가능성과 책임은 전면 부정했고, 모든 법리적 쟁점에서도 보수적이고 제한적인 관점에서 대한민국의 책임을 외면하고 회피했습니다. 또한 2심 내내 어떻게든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시도가 계속 되었는데 4차 변론기일에서도 재판부가 2심 종결을 선언했음에도 피고가 다시금 증인 확보 가능성을 이야기하며 추가 변론의 여지를 꺼내 재판부가 재차 종결 선언을 했음을 알렸을 정도였습니다.

오늘 연대 방청에는 <베트남전쟁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 네트워크> 운영모임을 비롯해 <극단신세계>, <베트남평화의료연대>, <소박한자유인>, <평화나비네트워크>, 한베평화재단의 <베트남전 진상규명 운동설계사 모임>, 베트남 평화기행 참가자, 독립연구활동가 심아정 선생님 등 많은 분이 함께 해주셨고 법정 앞에서 함께 2심 승소(탕끼엔 Thắng kiện)을 한국어로, 베트남어로 외쳤습니다.

2023년 2월의 1심 승소에 이어 2심에서도 원고 응우옌티탄이 승소하여 다시 한번 피고 대한민국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입니다. 전쟁범죄를 인정하고 책임을 다하는 나라, ‘불편한’ 과거사 속에서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에 재판부가 올바른 판단을 내리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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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 측 재판 연대 방청인 코멘트 모음>


- 강태성(평화나비 네트워크): 응우옌티탄 피해자 님과 관련하여 증언해주신 분들. 조사해주신 변호인단 분들. 모두의 노력이 한데 모여 1심 승소를 이루어냈고, 이번 2심 공판에서도 그 노력들이 고스란히 전해진 것 같았습니다. 피고의 발언을 들으면 들을수록, '아 결국 국정원이 가지고 있는 조사 결과가 공개되어야 모든 의문이 사라지겠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판사 님께서 지적하신 것처럼 국익을 위해서는 숨길 것이 아니라, 당당히 밝히고 조사해서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 권유빈(극단 신세계): 진심이 담긴 변론 잘 봤습니다. 비슷한 사건의 판결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새로운 판결의 역사가 쓰여지길 바랍니다.


- 황예원(극단 신세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진실한 판결이 나왔으면 좋겠다.


- 아침(한베평화재단 활동가): 50년 전 기록 공개하면 무너지는 국가안보라니 부끄러웠습니다. 죄를 저지르고 확인할 수 없다며 우기는 것이 피고 대리인들의 애국인지 의문입니다.


- 짜노(한베평화재단 활동가): 자국의 전쟁범죄를 자국의 법정이 인정한 소수의 해외 사례를 들며 대한민국이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는 취지의 피고의 변론을 듣는데 참 부끄러웠습니다. 


- 함수민(운동설계사): 40여 분을 웃도는 피고측 변론 피피티는 성숙하지 못한 변명과 진실에 대한 호도로 가득했습니다. 가장 마지막 변론 순간까지 그들은 국가의 조사 기록이나 보고서 번역본 등 제대로 된 자료를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의 주장이야말로 구체적이지 않은 추론에 불과했습니다. '피해 사실은 인정하지만 가해자 됨을 부정하는' 그들의 회피는 같은 국적을 공유한 제게 부끄러움을 남겼습니다. 대한민국의 국익이 중요하다고 하셨나요? 진정 국격을 높이고 싶다면 시종일관 읽던 원고에서 눈을 떼어 과거의 기억과 상처를 몸과 마음에 새긴 피해생존자분들에 공감하십시오. 그분들의 증언을 유효증거로, 전쟁 이후 그분들의 삶을 법리로 채택하십시오. 


김남기(운동설계사): 사실 한국군 민간인 학살 관련해서 재판을 방청한 건 처음입니다. 학살 부정 측에서 어떤 식으로 대응하는지를 직접 본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피고로 나온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속이 많이 답답했고, 증거가 없다는 식의 태도는 현실부정 같았습니다. 일본의 극우들이 난징대학살이나 731부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대하는 태도와 비슷했달까요. 이걸 가해 주체인 피고 대한민국이 하는 것 같아 불편했습니다.


김예진(운동설계사): 한강 작가의 노벨평화상 수상 소식이 마음을 기쁘게 해주고 있는 요즘입니다. 노벨상 수상 이후 이어질 응우옌티탄 님의 재판에서 또한 기쁜 소식이 이어질 수 있기를 강하게 희망합니다.


장지원(평화나비 네트워크): 너무나도 명백한 가해 사실을 어떻게든 부인하려고 안간힘 쓰는 정부의 모습이 참 미워지는 변론이었습니다. 항소심도 응우옌티탄 님이 부디 승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응우옌티탄 국가배상소송 항소심 4차 변론기일]


- 2024년 10월 11일(금) 오후 4시-5시 15분

- 원고 대리인 출석: 김남주, 박진석, 이선경, 임재성, 장완익 변호사

- 원고 연대 방청인: 권현우, 두부, 아침(이상 한베평화재단), 김남기, 김예진, 함수민(이상 운동설계사), 서진선(평화기행 참가자), 김창섭, 이동석(소박한자유인), 강태성, 장지원(평화나비 네트워크), 권유빈, 황예원, 방성원(이상 극단 신세계), 이선영(베트남평화의료연대), 심아정(독립연구활동가), 신다은(한겨레21)


글 | 권현우 활동가 (한베평화재단)

4차 변론기일 사진 | 김창섭 (소박한자유인 대표)


* 원고와 피고 양측의 종합적인 변론을 축약해 소개하는 과정에서 주장의 내용이 다소 거칠게 정리된 부분이 있을 수 있는 점 양해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