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소를 위해 더 많은 마음을
– 하미 학살 피해자·유가족 항소 -
지난 6월 25일(화), 진실화해위원회(이하 진화위)를 상대로 한 행정 소송 1심에서 패소한 하미학살 피해자·유가족(응우옌티탄 등 5인)들이 항소를 결정하여 7월 3일(수)에 원고 측 대리인(법무법인 도담 김남주 변호사)가 항소장을 제출했습니다.
외국, 외국인을 이유로 하미학살 사건이 조사 대상이 아니라며 각하 결정을 내린 진실화해위원회에 손을 들어준 재판부의 이번 판결은 과거사 기본법에 대한 너무도 제한적이고 보수적인 해석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또한 진화위가 외국인 또는 외국과 관련된 사건들을 조사 범위에 포함시켜왔던 선례가 있는 쟁점들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너무도 문제가 많은 판결이었습니다.
1심 패소 소식을 듣고 하미 마을 피해자·유가족 분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결과를 인정할 수는 없다며 5명 전원이 바로 항소 의사를 밝혀주셨습니다. 한국에서 보내온 항소 동의서와 패소 관련 설명 자료를 읽어 보신 후 항소를 하는 심경을 한베평화재단에 들려주셨습니다.
* * * * *
자택에서 항소 동의서 작성 후. 피해자 응우옌티탄(왼쪽)과 통역사 지아미(오른쪽)
- 피해자 응우옌티탄(67세)
저는 하미의 피해자들에게 정의를 되찾아주고 싶었습니다. 저와 하미의 피해자들은 그해 학살 사건으로 너무도 가슴 아프고 힘겨운 일들을 겪었습니다. 그럼에도 국방부 등 한국 정부에 사과의 말 한마디 한번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의 변호사들에게 제 권한을 위임해서 법정 투쟁을 하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한국의 변호사들과 한베평화재단 그리고 한국과 베트남의 많은 사람들이 열정적으로 저희를 도와준 덕분에 계속해서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언젠가는 반드시 우리 피해자들의 진실이 밝혀져 정의가 회복될 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이번 패소는 매우 불합리한 판결이라 생각합니다. 외국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그 사건을 저지른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이잖아요. 한국 사람들이 외국에서 부끄러운 일을 저질렀다면 그 일이 어디서 벌어졌든지 마땅히 그들 스스로가 조사를 해야하지 않겠어요? 그 일이 매우 큰 사건이었고, 여러 피해자들에게 커다란 고통을 안겨주었고, 진실규명의 필요성이 있는 일이며, 한국군이 파병을 해서 벌어진 학살 사건이었으니, 이것이야말로 진실화해위원회가 진상규명 조사 요청을 받아들여야 할 너무도 큰 이유가 아닐까요.
한국 정부는 역사의 진실을 인정하십시오. 판결에서는 정의를 바로 세워주십시오. 진실이 그 안에 있을 것입니다. 다시금 살펴주시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해주십시오. 우리 피해자들은 승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으니 우리가 아직 살아있을 때 과거에 자신들이 저지른 행동을 돌아보고 사죄의 말을 전해주시길 바랍니다.
+ 한겨레 응우옌티탄 인터뷰 기사 보기
(오른쪽부터) 응우옌럽의 아내, 통역사 지아미, 유가족 응우옌럽, 피해자 응우옌티본
- 유가족 응우옌럽(73세)
1심 판결 패소 소식을 들었을 때는 조금 슬펐습니다. 충격을 받았고 재판에서 이기는 것이 참 어려운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재판이 이길지 어떨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구수정 씨를 비롯해 한국 친구들이 하미 학살의 진실 규명을 위해 오랫동안 노력을 해주었는데 어떠한 결과가 아직은 없어서 이번 재판도 역시 어렵구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가 어떻든 항소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한국 정부를 상대로 재판을 하고 항소를 한다는 것이 무섭기도 하지만 한국의 변호사들과 친구들이 있어 용기를 내봅니다. 저는 고령이고 한국 정부의 사죄를 들을 수 있는 시간도 많이 남지 않았어요. 저는 이번 재판에서의 승소를 원합니다. 하미 학살 피해자 그리고 유가족들과 함께 하고 있는 저는 이번 재판을 통해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고 싶었어요.
한국의 변호사들과 친구들에게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승소하면 당연히 기쁘겠고 패소하더라도 한국 친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고 살 것입니다. 재판이 어떻게 되든 저희 가족과 한국 친구들의 관계가 앞으로 더 좋아졌으면 좋겠어요. 저를 찾아주는 한국 사람들의 방문과 관심은 늘 저를 감동하게 한답니다. 그러한 만남을 계속 이어가 이번 항소에서는 승소할 수 있도록 우리가 더 많은 힘을 모았으면 좋겠습니다.
항소 동의서에 서명하고 있는 피해생존자 응우옌티본
- 피해생존자 응우옌티본(62세)
패소 소식을 듣고 조금 슬펐어요. 재판이 계속 더 길게 이어지겠구나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우리 피해자들은 나이가 많잖아요. 언젠가 승소를 하고 한국 정부가 과거의 잘못에 대한 진실을 인정하는 날이 오더라도 내가 이 세상에 없어 결국 사죄의 말을 듣지 못하면 어쩌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항소를 할 수 있다고 하니 저는 기뻤고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었어요. 우리에게 아직 기회가 있다는 생각에 기뻤지만 나중에 또 다시 패소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걱정이 되었죠. 하지만 항소를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포기하는 것이고 운명에 굴복하는 거잖아요. 이번 재판을 위해서 한국의 변호사들과 친구들이 많은 노력을 해주고 있으니 저는 그분들이 고마우면서 안쓰럽기도 해요. 저와 그분들을 위해서라도 부디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랄 뿐입니다.
하미의 피해자·유가족들과의 동행을 위해 힘을 모아주길 바랍니다. 저의 곁에 함께 해주시고 관심을 보내주고 있는 한국 친구들 정말 고마워요. 이러한 우리들의 노력에 마땅한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언젠가는 국방부를 비롯한 한국 정부가 과거의 잘못에 대해 사과를 하게 될 날을 보게 되리라 믿습니다.
통역사 지아미(왼쪽)과 유가족 응우옌꼬이(오른쪽).
응우옌꼬이는 사건 당시 생존자인 여동생 응우옌티탄을 구출하고 가족들의 시신을 수습했습니다.
그는 전 하미학살 피해자 유가족 협회장이기도 합니다.
유가족 응우옌티뇨(왼쪽)과 통역사 지아미(오른쪽)
지아미 님은 1년 전 행정 소송 동의서 작업 때에도 도움을 주셨습니다.
* 유가족 응우옌꼬이(79세) 님과 응우옌티뇨(70세) 님은 난청으로 상세한 인터뷰는 나누지 못했지만 꼭 항소하고 싶고 함께 해주는 한국 친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 * * *
이제는 고등법원으로 가게 된 하미학살 사건. 진화위의 하미학살 각하 결정의 잘못과 1심 판결의 부당함을 2심 재판부가 반드시 규명해주리라 믿습니다. 한베평화재단이 연대하고 있는 <베트남전쟁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 네트워크>는 하미의 진실이 인정되는 그날까지 계속 피해자들과의 연대 투쟁을 이어갈 것입니다. 하미 마을 피해자들의 이번 법정 투쟁에 너무도 큰 힘을 내주고 계신 김남주 변호사(법무법인 도담), 임재성 변호사(법무법인 해마루, 한베평화재단 이사) 님에게도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더 많은 참여와 연대를 부탁드릴게요!
글 | 권현우 활동가
사진 | 응우옌티지아미
인터뷰 | 도안당땀바오
* 하미학살 피해자·유가족 분들의 항소 동의서 작업과 항소 관련 설명 작업에 도움을 주신 지아미 님(다낭외대 한국어문화학부)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승소를 위해 더 많은 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