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규명 평화연대[기자회견] 하미 사건 행정소송 패소 판결 규탄 기자회견 스케치 (2024.6.25 화)

2024.6.25(화) 오후 2시, 서울행정법원 앞 / 행정소송 1심 패소 후 현지에서 심경을 밝히는 응우옌티탄 님

[기자회견] 하미 사건 행정소송 패소 판결 규탄 기자회견 (2024.6.25 화)

2024년 6월 25일, 하미마을 학살 피해자와 베트남전쟁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네트워크(이하 베트남 시민사회 네트워크)는 침통한 심경으로 언론 앞에 섰습니다. 피해자의 한을 달래기 위한 재판에 패소했기 때문입니다.


2024.6.25(화) 오후 2시, 서울행정법원 앞 / 패소 판결 규탄 기자회견 중인 베트남 시민사회 네트워크

이날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재판(판사 이정희)에서 원고는 1968년 베트남 전쟁 당시 하미 마을에서 일어난 민간인 학살 피해자(응우옌티탄 외 4인)이, 피고는 피해 조사 신청을 각하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화위)였습니다. 하미 피해자들은 진화위 각하 처분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 소송을 제기(소송 법무법인 도담·법무법인 해마루)했고 25일은 1심 선고일이었습니다. 

개정을 기다리며 많은 연대시민과 언론이 모인 법정은 적막했지만 그 안엔 기대와 긴장이 감돌았습니다. 당일 동일 시간에 심리·선고하는 건이 많았으나 사안의 무게와 파장을 고려하여, 하미 피해자의 소송 건을 가장 먼저 선고했습니다.

"주문 :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을 원고들이 모두 부담한다."

법원은 해당 소송의 쟁점으로 하미마을 학살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하 과거사정리법)상 조사대상에 해당하는지, 즉 법에서 규정한 진실규명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를 보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법원 또한 과거사정리법을 해석하며 "항일독립운동, 반민주적 또는 반인권적 행위에 의한 인권유린과 폭력ㆍ학살ㆍ의문사 사건"을 조사하여 "민족의 정통성을 확립하고 과거와의 화해를 통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국민통합에 기여"하는 게 제정 목적임을 강조했습니다.
이에 제2조 제1항 제4호에도 '외국에서 벌어진 외국인의 인권침해'까진 입법 취지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기각하고, 제6호에도 '진실규명의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가능성이 크며 영토적·인적 한계를 고려해 외교적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며 진화위 재량권의 이탈·남용으론 판단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게다가 진실규명 조사 외에도 피해자는 국가배상소송이나 권리구제 등을 신청할 수 있다는 안내를 덧붙여, 베트남 현지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피해자의 특수성을 고려하지도 않았습니다.



하미마을에서 선고만 기다리고 있던 응우옌티탄 님께 결과를 전하자, 실망감으로 떨리던 탄 님의 목소리가 현장에 연대한 우리 모두를 먹먹하게 했습니다.

응우옌티탄 님은 직후 화상연결 발언으로 다시 한 번 심경을 전했습니다.


2024.6.25(화) 오후 2시, 서울행정법원 앞 / 행정소송 1심 패소 후 현지에서 심경을 밝히는 응우옌티탄 님


[하미마을 피해자 응우옌티탄 님 발언]

"그저 실망스러워요, 너무 실망스럽다는 말밖에 할 수 없어요. 저는 한국군에 의해 가족을 잃었어요. 저희 하미 피해자들은 원망은 없어요. 그저 과거의 진실을 인정받고, 그 상처가 치유되길 간절히 바랄 뿐이에요. 하지만 한국 정부가 진실을 인정하지 않으니 이 원한이 풀리지 않아요. 그리고 이렇게 정당하지 않은 이유로 우리의 소원을 자꾸 거절하는 한국 정부에 거듭 실망하게 되고, 한없이 슬프네요. 베트남전 한국군 민간인 학살은 전세계 사람들이 다 아는 전쟁범죄입니다. 이해할 수 없는 근거를 내세우며 진실규명을 거부하니 정말 이해할 수 없을 따름이에요. 과거 역사의 진실을 마주해야 우리가 화해하는 길이 열립니다.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선 우리는 나아갈 수 없어요. 이 자리에서 이런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네요. 마지막으로, 너무도 실망스럽다는 말을 다시 드립니다. 우리 요구를 받아들여, 진상을 규명하는 게 맞습니다. 여기 모인 여러분,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4.6.25(화) 오후 2시, 서울행정법원 앞 / 패소 판결 규탄 기자회견 중인 베트남 시민사회 네트워크

기자회견에는 소송을 진행한 김남주 변호사와, 베트남전 과거사 진상규명에 연대하는 강민정 · 윤미향 전 국회의원, 그리고 한베평화재단과 연대하는 베트남 시민사회 네트워크가 참여했습니다.




2024.6.25(화) 오후 2시, 서울행정법원 앞 / 기자회견에서 패소 판결에 대해 발언하는 김남주 변호사

[김남주 법무법인 도담 대표변호사 발언] 

패소
베트남전쟁 민간인 학살 사건에서 패소했습니다. 

왠지 그럴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래도 설마 이런 비참하고, 비인도적인 사건을 인권보호의 보루 사법부가 어떻게 외면할 수 있을까? 나이브한 생각이었습니다. 

재판부는 진실화해법에 '민족의 정통성', '국민통합'을 이야기하며 외국인, 외국에서 벌어진 사건이라서 조사 대상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럼 누가 이 학살 사실을 밝혀주라는 건가요? 재판부는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해서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이 있다고도 했습니다. 50년이 더 지난 옛 사건을 아이들까지 다 학살하고, 집을 태워 시신을 훼손하고, 그것도 모자라 다음날 불도저로 가묘를 파헤치고 시신을 깔아뭉개 훼손해 놓았는데, 민사소송에서 어떻게 입증하라는 것인가요? 재판부가 그 민사소송을 맡는다면 학살사실 인정하고, 배상을 명령할 것인가요?

참으로 실망했습니다. 괜히 재판부에 일말의 기대를 걸었네요.





2024.6.25(화) 오후 2시, 서울행정법원 앞 / 기자회견에서 패소 판결에 대해 발언하는 강민정 전 국회의원

[강민정 전 국회의원 발언] 

한 달 전 국회의원 임기를 끝내 다시 유권자 시민으로 돌아온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민정입니다. 

저는 작년 2월 한국 평화기행단 일원으로 베트남 민간인 학살이 있었던 마을들을 방문했었습니다. 방문하는 곳마다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로 부모나 형제를 잃고 스스로도 그 피해자가 되어 60년 가까운 세월을 고통 속에 살고 있는 수많은 베트남 시민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 곳에서 저는 두 명의 응우옌티탄을 만났습니다. 한 명의 응우옌티탄은 퐁닛·퐁넛 학살 때 가족을 잃고 본인은 쏟아지는 창자를 끌어안고 간신히 살아남았던 8살 소녀였고, 또 다른 응우옌티탄은 하미마을에서 방공호에 던져진 수류탄에 가족을 잃고 부상을 당한 11살의 소녀였습니다. 이제 모두 60을 넘긴 응우옌티탄들은 베트남 전쟁의 진실투쟁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러나 퐁닛·퐁넛의 응우옌티탄은 비록 현재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긴 하지만 대한민국을 상대로 한 국가배상 1심 소송에서 승소의 기쁨을 누렸고, 하미의 응우옌티탄은 소송은커녕 대한민국 진실화해위원회로부터 조사요청조차 기각당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습니다. 

진실에 기반한 사과와 용서 과정 없는 비극의 역사가 남아있는 한 진정한 호혜평등 관계란 불가능합니다. 진실을 부정하고 외면한 위에 세워진 관계는 언젠가 소모적 갈등을 피할 길 없으며, 반드시 그 비용을 치르게 되어 있습니다. 왜냐하면 역사란 그저 지나간 과거의 시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 속에는 고통과 행복을 생생하게 느끼는 구체적인 사람들의 삶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2023년 25명 의원들이 공동발의한 ‘베트남전쟁 시기 대한민국에 의한 민간인 피해사건 조사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습니다. 비록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되었지만 법안이 폐기되어도 진실마저 폐기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한민국 사법부가 진실의 문을 여는 용기있는 판결을 내려주기를 바랐습니다. 그러나 비겁하게 진실에 눈감으려는 진화위의 조사각하결정 취소 소송에서 오늘 내려진 결과는 학살 피해자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실은 결국 승리한다는 것을 믿습니다. 그러니 베트남 민간인 학살 피해자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대한민국이 진정한 화해 평화의 나라가 되는 그날까지 함께 할 것입니다.





2024.6.25(화) 오후 2시, 서울행정법원 앞 / 기자회견에서 패소 판결에 대해 발언하는 윤미향 평화활동가

[윤미향 김복동의희망 평화활동가 발언]

(전략) …기대는 크게 하지 않았지만, ‘외국에서 벌어진 인권침해 사건까지 포함하는 것은 과거사정리법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외국인에 대한 차별적 결정을 두둔하는 법원의 판결을 들으며, 참으로 부끄럽고, 죄스럽고, 분통터졌습니다. 특히 재판부가 판결의 이유로 외교적 갈등을 언급한 점에 대해서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베트남과의 진실한 평화와 우호를 위해서는 과거사의 정의로운 청산이 기본이며, 이는 베트남전에서 자행된 인권침해 사건이 올바르게 청산되어야 비로소 가능한 일입니다. 이것은 이미 한일관계에서 우리는 충분히 교훈으로 배우고 있습니다.

앞으로 베트남 피해자들을 어떻게 만나야 할지, 마음이 아팠습니다. 
하미사건은 권위주의 통치 시에 부당한 공권력 행사로 인하여 발생한 사망사건임과 동시에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에 해당합니다. 박정희 대통령 재임 시기인 1968. 2. 24. 발생으로, 진화위의 조사기간인 권위주의 통치시기에 발생한 것도 분명합니다. 

사망자가 151명에 이르는 등 사건의 규모와 참혹성, 대한민국이 가입한 전시 민간인학살을 금지한 국제인도법 조약, 대한민국이 제정한 관련 법률에 비춰, 하미사건은 ‘부당한 공권력에 행사로 인하여 발생한 사건’에 분명히 해당됩니다. 그럼에도 오늘 판결은 이 중대한 사항들을 모두 무시했습니다. 

판결 후 행정법원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 중, 원고이신 하미학살의 생존자 응우옌티탄 님의 목메임이 섞인 입장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 피해자들은 과거의 원한은 없다. 한국 정부에 과거의 진실을 인정받고 상처가 치유되길 원한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진실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이 원한을 풀 수 없고 정당하지 않은 이유로 우리의 요구를 거절하는 한국정부에 실망하고 슬플 수밖에 없다.,,,,,베트남전 한국군 민간인학살은 전세계인이 다 아는 전쟁범죄다. 과거 역사의 진실을 마주하지 않고 우리는 함께 나아갈 수 없다.”

그동안 만나왔던 응우옌티탄 님의 목소리 중 가장 한서린 목소리였습니다. 

'베트남전쟁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 네트워크'도 기자회견에서 재판부의 이번 판결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그동안 베트남전 한국군 포로 문제, 해외입양인 등의 외국인 국적자 인권 문제, 일본의 재일교포간첩단사건, 한국전쟁 시기 미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등 다양한 외국인 또는 외국과 관련된 사건들을 조사 범위에 포함시켜왔습니다. 재판부의 이번 선고는 이와 같은 선례들은 무시한 채 과거사 기본법을 매우 제한적으로 해석한 판결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재판부는 하미학살 피해자들이 한국 법원에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 길이 있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나 하미학살 피해자들을 비롯한 다수의 베트남 피해자들 모두가 소송이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하미의 피해자들이 진실화해위원회를 찾은 것인데 이마저도 재판부에 의해 두 번 외면당하고 만 것입니다. 

저는 21대 국회에서 베트남 전쟁시 한국군의 민간인학살 문제와 한국군 성폭력 문제에 대한 진실규명과 피해자 명예회복과 관련한 법을 발의하고, 기자회견 등의 활동을 했습니다만,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법안은 자동 폐기되었습니다. 

이제 다시 22대 국회에서 피해자가 힘겹게 가해국에 호소하지 않아도 가해자의 책임으로 진상조사와 사죄, 배상 등을 실현하고, 피해자의 인권과 명예가 회복될 수 있도록 베트남 피해자들과 연대하고, 한국의 시민사회와 연대하면서, 22대 국회의원들의 협력을 통해 해결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응우옌티탄 등 생존자들에게 참으로 죄송합니다. 김복동 인권평화운동가의 '한국 국민으로서 사죄드립니다' 하셨던 말씀을 가슴에 안고, 대한민국 정부가 사죄할 그 날까지 열심히 투쟁하겠습니다.




2024.6.25(화) 오후 2시, 서울행정법원 앞 / 패소 판결 규탄 기자회견 중인 베트남 시민사회 네트워크

이번 기자회견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와 참석해주신 분들, 응원의 마음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한베평화재단을 비롯한 베트남 시민사회 네트워크는 1심 패소에 낙담하며 주저앉지 않을 예정입니다. 

아픈 마음을 누르면서 의연하게 발언했지만, 목소리는 떨리고 있던 하미 피해자 응우옌티탄 님께 우리는 지속적으로 연대해야 합니다. 패소 판결 후 통화에서 "1년 뒤, 2년 뒤, 그리고 3년 뒤, 계속 하면 된다"며 오히려 우리를 격려하고 진실을 향한 의지를 보여주신 응우옌티탄 님과 하미마을의 모든 피해자를 위해, 진상규명 활동을 이어갈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2024.6.25(화) 오후 5시, 한베평화재단 / 화상통화로 현지에서 의지를 표명하는 응우옌티탄 님


글 | 이혜복 활동가
사진 | 김창섭 이코노미21 본부장, 소박한 자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