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베트남전 공부하려고 일주일에 8번 만나요"
/ 성미산학교 포스트중등 <화빈>과 둘리 선생님
배불리 점심을 먹고 밀려오는 졸음과 치열한 사투를 벌이는 오후 세시. 타닥타닥 일하는 키보드 소리만이 한창인 조용한 한베평화재단의 사무실 문을 더 조용히 열고 들어오는 손님들이 있다. 바로 베트남전쟁 필드워크 학습을 위해 매주 재단을 찾고 있는 성미산학교 포스트중등 학생들이다. 벌써 한 달 넘게 만났으니 장난도 치고 지각도 할 법한데, 첫 모습 그대로 변함이 없다. 언제나 차분히 가라앉은 진지한 눈빛을 이어가는 이들의 진짜 모습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인터뷰를 요청했다. 마침 인터뷰 약속이 스승의 날이기도 하니, 누구보다 이 학생들을 잘 아실 담임 선생님 둘리에게도.

왼쪽부터 성미산학교 12학년 사위, 11학년 연필, 12학년 가니와 둘리 선생님.
노트북 화면에 띄워진 ‘ㅎㅂ’은 직접 만든 화빈팀의 로고.
Q. 안녕하세요, 소식지로 성미산학교와 화빈팀을 처음 만날 분들에게 간단히 소개 부탁드려요!
- [둘리] 성미산학교는 서울시 마포구 성미산 마을에 위치한 ‘비인가 대안학교’입니다. 그래서 정부 교육과정을 따라야 하는 ‘인가 대안학교’와는 달리, 자유롭게 교육과정을 선택하고 구성할 수 있어요. 1학년부터 12학년까지 12년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학생들이 아주 어릴 때부터 학창시절을 한 학교에서 보낼 수 있는 곳입니다.
- [사위] 화빈은 성미산학교 필드워크 활동으로 한베평화재단을 방문해 연계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팀이에요. ‘평화’라는 뜻의 베트남어 ‘hòa bình’에서 가져온 이름이고, ‘ㅎㅂ’이라는 글자를 이용해 팀 로고도 만들었어요. ‘화빈’이라고도 읽을 수 있고 ‘한베’라고도 읽을 수 있어요.
- [연필] 지금은 베트남전 스터디를 하면서 참전군인 인터뷰를 준비하고 있어요. 결과물을 가지고 성미산학교 초등친구들에게 직접 교육할 방법이나, 금호고등학교처럼 교내 시민평화법정을 열어보는 활동도 고민 중이고요.

베트남 참전군인 인터뷰를 위해 화빈팀이 직접 제작하여 성미산마을 곳곳에 부착한 포스터.
온라인용으로도 홍보물을 만들어 게시했다.
Q. 선생님께서는 어떤 이유에서 필드워크 장소로 한베평화재단을 학생들에게 제안하셨나요?
- [둘리] 성미산학교 포스트중등 학생들이 ‘인권과 평화’라는 주제로 ‘공동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요. 더해서 배운 것들을 실질적으로 연결하기 위해 소주제를 다루는 곳에 직접 방문하는 필드워크를 ‘팀 프로젝트’로 진행하고 있고요. 장소 몇 개를 주고 학생들이 직접 선택하도록 했어요. 대신 교사들은 아이들이 하고 싶어 하는 일과 연관되는 주제를 만날 수 있도록 제안을 했죠. “네가 하고 싶은 일들을 이렇게 한베평화재단과 연관시켜 해보면 좋을 것 같은데 같이 해볼래?” 하고요. 예를 들어 사위는 음악, 가니는 영상이나 사진, 연필은 디자인. 이렇게 각각 흥미가 다르거든요. 그래서 주제와 일을 매개로 관심 분야와 접목한 활동을 하게끔 만드는 게 중요해요. 베트남전이라는 주제로 사위는 평화 음악을, 가니는 교육 영상을, 연필은 프로젝트 홍보물이나 책자를 만들어보자 하는거죠.
Q. 각각 재주와 흥미가 다른 친구들이 모인 것도 재미있어요. 오늘 인터뷰에 팀원 중 한 명인 지슈가 함께하지 못했지만, 화빈팀 네 명의 친구들은 어떻게 모이게 된 건가요?
- [사위] 지슈는 그림 그리는 걸 워낙 좋아해요. 아주 오래전부터 웹툰을 만들어보려고 시도했어요, 공모전 준비도 하고요.
- [둘리] 그래서 지슈에게는 베트남전에 대해 공부하고 그림책을 만들거나 웹툰을 그려보라고 제안했어요. 학생들끼리 팀을 만들 때, 교사들은 ‘이 구성원들의 합이 어떨까’도 고민을 많이 하거든요. 그런데 화빈팀 이 네 친구들의 합이 꽤 좋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가니] 저희는 서로 관심사도 성격도 취미도 다 달라요. 그래서 달라도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으려고 해요. 그랬더니 오히려 재밌는 것을 더 많이 할 수 있더라고요!
Q. 화빈팀과 둘리 선생님의 관계가 굉장히 친근해보여요. 서로를 잘 아니까 그런 제안들도 가능했을 것 같아요. 평상시에 학교에서의 관계는 어떤가요?
- [둘리] 저는 이 질문에는 노코멘트 하고 있겠습니다(웃음)
- [가니] 소식지로 공개되는데 이걸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사실 오늘 오는 길에도 둘리랑 ‘일탈’을 즐기고 왔어요!
- [둘리] 맞아요. 저는 일탈을 같이하는 선생님이에요. 하하. 들키지 않게.
- [가니] 교사와 학생 사이에 대한 고정관념들이 있잖아요. 그 관계에서 할 수 없는 일이나 안된다고 하는 것들도 많고. 그런데 그걸 저희랑 둘리는 해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아요.
- [사위] 저희는 둘리를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않아요. “으쌰으쌰 같이 잘 해보자!” 하고 이끌어주는 동료 같은 존재거든요.
Q. 필드워크로 일주일에 한 번씩 재단에 방문하고 있잖아요. 오늘처럼 비 오는 날에는 오기 싫었을 것도 같은데. 힘들지는 않나요?
- [연필] 재단에 오는 게 싫은건 아닌데... 이동시간이 꽤 길어서, 그냥 가끔 재단이 성미산 마을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해요 하하.
- [가니] 성미산마을에서 재단 사무실까지 보통 40~50분 걸리거든요. 그래서 약속시간 보다 좀 더 먼저 와서 미리 준비도 하고 자료도 읽으려고 1시간을 정도 예상하고 와요. 전혀 힘들지 않아요!
- [둘리] 학교도 좀 미리 와서 준비하면 좋을텐데...
- [사위] 학교에서 지각을 제일 많이 하는 사람이 저이긴 한데... 흠흠. 저는 솔직히 아직까지도 긴장이 다 풀어지진 않았어요. 그래도 예전보단 많이 편해졌어요! 무엇보다도 매주 조금씩 해내고 있는 것들이 보여서 뿌듯해요. 그래서 재단 오는 날이 기다려져요.
- [둘리] 재단에 다 같이 처음 오던 날에, 이 아이들 넷이 입구에서 동그랗게 손잡고 서서 너무 떨려서 죽겠다고, 자기 심장 소리 들리냐고 그랬었거든요. 근데 오늘은 버스가 도착을 했는데도 아무도 안 나오는 거예요. 뒤돌아보니 셋 다 아주 숙면을 취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빨리 일어나라고 부르고 난리도 아니었죠(웃음).

베트남전 필드워크를 위해 한베평화재단 사무실을 찾은 화빈의 네 친구들
Q. 둘리 선생님은 학교에서 베트남전에 대해 공부해본 적이 있나요 ?
- [둘리] 저는 역사를 굉장히 좋아하는 학생이었어요. 대학에서도, 교육대학원에서도 역사를 전공했어요. 그런데 부끄럽게도 "한국이 베트남에 파병을 했다"는 정도만 알았죠. 제가 교과서 만드는 회사에서도 잠시 일을 했었는데요, 베트남전에 대한 기술은 ‘전쟁 특수’ 정도에만 집중되어 있어요. 학생들은 저처럼 모르고 살지 않았으면 해요. 그래서 일단 사회적으로 공론화가 크게 되어야 해요. 더 많은 사람이 알아야 한다는 여론이 생겨야 교육과정에 영향을 미치게 되거든요. 성미산학생들이 그 과정에 작은 기여라도 할 수 있으면 해요. 이 친구들이 알게 되면 마을이 알게 되고, 마을 사람들은 또 사회 각기로 뻗어 나가니까. 이번 활동이 공론화를 만드는 어떤 지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Q. 화빈팀도 지금 베트남전 공부를 굉장히 열심히 하고 있잖아요. 처음 공부해보는 주제이기도 할 텐데. 어렵지는 않나요?
- [연필] 누구도 정답을 말해줄 수 없다는 부분이 어려운 것 같아요.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한베평화재단 선생님들 얘기도 듣고. 베트남전 하나를 이해하기 위해 봐야 할 것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 [둘리] 사실 어젯밤에 학부모님 모임이 있었는데, “아이를 십몇 년을 보면서 요즘같이 공부를 열심히, 많이 하는 걸 처음 본다”는 공통적인 목소리들을 들었어요(웃음). 주말에도 본인들끼리 만나 작업이나 공부를 하더라고요. 어떤 부모님께서는 "애들이 고시생이 된 줄 아셨다"며... 하하. 부모님들께선 아이들의 이런 적극적인 모습을 처음 보신거죠. 주제를 잘 만나니 일이 계속 생기고 공부할 마음이 계속 생기고 하게 된 것 같아요.
- [짜미] 아, 혹시 다들 일부러 집 가서 공부를 더 많이 한 건 아니죠? 하하.
- [연필] 절대 아니에요! 공부할 시간이 부족해서 집 가서도 하는 거죠! 저희 일주일에 8번 보는 사이에요.
- [가니] 그래서 저희끼리 농담으로 “우리는 이제 과제적 거리두기를 할 필요가 있다”, “우리 제발 일주일에 딱 하루는 얼굴 보지 말자!” 맨날 이래요(웃음).

프로젝트 활동을 위해 모임을 진행하고 있는 화빈팀<!--[endif]-->
Q. 화빈팀뿐만 아니라, 성미산학교 포스트중등 모두가 올해 재단과 많은 일을 함께 하고 있어요. 기자회견도 벌써 두 번이나 같이 했네요!
- [연필] 지난달 퐁니 탄아주머니 소장제출 기자회견. 저는 그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기자회견에 가봤어요. 기자가 4-5팀 정도 왔었는데 되게 많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최근에 수요집회나 다른 기자회견들을 봤더니 그때랑 비교가 안 될 만큼 사람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돌아보니, 외로웠던 기자회견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사위] 맞아요. 종전45년 기자회견에 함께 하면서도 “너무 사람들이 적었다. 사회에서 관심을 주지 않는 문제 같다”는 의견이 공통적으로 있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사회가 베트남 문제에 관심을 더 가질 수 있을까 고민을 하게 됐어요. 우리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퐁니퐁넛 응우옌티탄 소장제출 기자회견에서 직접 쓴 발언문을 읽고 있는 가니(가운데)
Q. 성미산학교에서 올해 처음으로 재단과 함께 베트남 평화기행을 갈 준비 중이에요. 어떤 계기에서 평화기행을 가기로 결정했는지, 기대되는 것은 있는지 궁금해요.
- [둘리] 작년 여름에 베트남 여행을 갔었어요. “베트남에 여름인데 시원한 데가 있대!”라길래 아무 생각 없이 즐겁게 떠난 패키지 관광여행이었죠. 그때 가이드분께서 “베트남에선 한국인이 관광지를 벗어나 여행하기 힘들다. 한국인에 대한 인식이 아주 좋지 않기 때문이다. 베트남 전역에 한국군 증오비가 엄청나게 많다” 이런 얘기를 해주셨어요. 그제서야 예전에 한국군 민간인학살 얘기를 잠깐이나마 스쳐 들었던 생각이 났어요.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학생들과 다시 베트남에 꼭 가야겠다고 생각을 했죠. 그러다 베트남 평화기행과 한베평화재단을 알게 됐고, 제가 가자고 제안을 했어요.
- [사위] 저는 기대를 정말 많이 하고 있어요! 저희가 지금 베트남전에 대해서 공부를 하고 있으니까, 아는 만큼 보이는 것도 많을 것 같고. 책으로만 봐온 피해자분들의 이야기나 증오비, 위령비가 있는 장소를 직접 가본다는 것 자체가 기대돼요.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나 생각은 훨씬 다른 차원의 것일 거 같아요.

끝으로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을 던졌다. 둘리 선생님은 “우리 학생들이 앞으로 이 문제로 더 많이 일하고 수고하길 바래요!”라고 답했고, 아이들은 “너무해요!”라면서 웃었다. 마지막까지 장난스레 티격태격 주고받는 대화에서 서로에 대한 애정과 믿음이 보였다. 재단의 작은 일이라도 돕고 싶으니 언제든 불러 달라는 화빈팀의 마지막 인사에서 열정과 푸릇함이 느껴진다. 초록 풀잎과 햇살을 닮은 화빈팀과 함께 할 남은 여름날의 만남도 기대가 된다.
인터뷰, 글 l 한베평화재단 짜미 활동가
[인터뷰] "베트남전 공부하려고 일주일에 8번 만나요"
/ 성미산학교 포스트중등 <화빈>과 둘리 선생님
배불리 점심을 먹고 밀려오는 졸음과 치열한 사투를 벌이는 오후 세시. 타닥타닥 일하는 키보드 소리만이 한창인 조용한 한베평화재단의 사무실 문을 더 조용히 열고 들어오는 손님들이 있다. 바로 베트남전쟁 필드워크 학습을 위해 매주 재단을 찾고 있는 성미산학교 포스트중등 학생들이다. 벌써 한 달 넘게 만났으니 장난도 치고 지각도 할 법한데, 첫 모습 그대로 변함이 없다. 언제나 차분히 가라앉은 진지한 눈빛을 이어가는 이들의 진짜 모습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인터뷰를 요청했다. 마침 인터뷰 약속이 스승의 날이기도 하니, 누구보다 이 학생들을 잘 아실 담임 선생님 둘리에게도.
왼쪽부터 성미산학교 12학년 사위, 11학년 연필, 12학년 가니와 둘리 선생님.
노트북 화면에 띄워진 ‘ㅎㅂ’은 직접 만든 화빈팀의 로고.
Q. 안녕하세요, 소식지로 성미산학교와 화빈팀을 처음 만날 분들에게 간단히 소개 부탁드려요!
- [둘리] 성미산학교는 서울시 마포구 성미산 마을에 위치한 ‘비인가 대안학교’입니다. 그래서 정부 교육과정을 따라야 하는 ‘인가 대안학교’와는 달리, 자유롭게 교육과정을 선택하고 구성할 수 있어요. 1학년부터 12학년까지 12년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학생들이 아주 어릴 때부터 학창시절을 한 학교에서 보낼 수 있는 곳입니다.
- [사위] 화빈은 성미산학교 필드워크 활동으로 한베평화재단을 방문해 연계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팀이에요. ‘평화’라는 뜻의 베트남어 ‘hòa bình’에서 가져온 이름이고, ‘ㅎㅂ’이라는 글자를 이용해 팀 로고도 만들었어요. ‘화빈’이라고도 읽을 수 있고 ‘한베’라고도 읽을 수 있어요.
- [연필] 지금은 베트남전 스터디를 하면서 참전군인 인터뷰를 준비하고 있어요. 결과물을 가지고 성미산학교 초등친구들에게 직접 교육할 방법이나, 금호고등학교처럼 교내 시민평화법정을 열어보는 활동도 고민 중이고요.
베트남 참전군인 인터뷰를 위해 화빈팀이 직접 제작하여 성미산마을 곳곳에 부착한 포스터.
온라인용으로도 홍보물을 만들어 게시했다.
Q. 선생님께서는 어떤 이유에서 필드워크 장소로 한베평화재단을 학생들에게 제안하셨나요?
- [둘리] 성미산학교 포스트중등 학생들이 ‘인권과 평화’라는 주제로 ‘공동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요. 더해서 배운 것들을 실질적으로 연결하기 위해 소주제를 다루는 곳에 직접 방문하는 필드워크를 ‘팀 프로젝트’로 진행하고 있고요. 장소 몇 개를 주고 학생들이 직접 선택하도록 했어요. 대신 교사들은 아이들이 하고 싶어 하는 일과 연관되는 주제를 만날 수 있도록 제안을 했죠. “네가 하고 싶은 일들을 이렇게 한베평화재단과 연관시켜 해보면 좋을 것 같은데 같이 해볼래?” 하고요. 예를 들어 사위는 음악, 가니는 영상이나 사진, 연필은 디자인. 이렇게 각각 흥미가 다르거든요. 그래서 주제와 일을 매개로 관심 분야와 접목한 활동을 하게끔 만드는 게 중요해요. 베트남전이라는 주제로 사위는 평화 음악을, 가니는 교육 영상을, 연필은 프로젝트 홍보물이나 책자를 만들어보자 하는거죠.
Q. 각각 재주와 흥미가 다른 친구들이 모인 것도 재미있어요. 오늘 인터뷰에 팀원 중 한 명인 지슈가 함께하지 못했지만, 화빈팀 네 명의 친구들은 어떻게 모이게 된 건가요?
- [사위] 지슈는 그림 그리는 걸 워낙 좋아해요. 아주 오래전부터 웹툰을 만들어보려고 시도했어요, 공모전 준비도 하고요.
- [둘리] 그래서 지슈에게는 베트남전에 대해 공부하고 그림책을 만들거나 웹툰을 그려보라고 제안했어요. 학생들끼리 팀을 만들 때, 교사들은 ‘이 구성원들의 합이 어떨까’도 고민을 많이 하거든요. 그런데 화빈팀 이 네 친구들의 합이 꽤 좋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가니] 저희는 서로 관심사도 성격도 취미도 다 달라요. 그래서 달라도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으려고 해요. 그랬더니 오히려 재밌는 것을 더 많이 할 수 있더라고요!
Q. 화빈팀과 둘리 선생님의 관계가 굉장히 친근해보여요. 서로를 잘 아니까 그런 제안들도 가능했을 것 같아요. 평상시에 학교에서의 관계는 어떤가요?
- [둘리] 저는 이 질문에는 노코멘트 하고 있겠습니다(웃음)
- [가니] 소식지로 공개되는데 이걸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사실 오늘 오는 길에도 둘리랑 ‘일탈’을 즐기고 왔어요!
- [둘리] 맞아요. 저는 일탈을 같이하는 선생님이에요. 하하. 들키지 않게.
- [가니] 교사와 학생 사이에 대한 고정관념들이 있잖아요. 그 관계에서 할 수 없는 일이나 안된다고 하는 것들도 많고. 그런데 그걸 저희랑 둘리는 해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아요.
- [사위] 저희는 둘리를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않아요. “으쌰으쌰 같이 잘 해보자!” 하고 이끌어주는 동료 같은 존재거든요.
Q. 필드워크로 일주일에 한 번씩 재단에 방문하고 있잖아요. 오늘처럼 비 오는 날에는 오기 싫었을 것도 같은데. 힘들지는 않나요?
- [연필] 재단에 오는 게 싫은건 아닌데... 이동시간이 꽤 길어서, 그냥 가끔 재단이 성미산 마을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해요 하하.
- [가니] 성미산마을에서 재단 사무실까지 보통 40~50분 걸리거든요. 그래서 약속시간 보다 좀 더 먼저 와서 미리 준비도 하고 자료도 읽으려고 1시간을 정도 예상하고 와요. 전혀 힘들지 않아요!
- [둘리] 학교도 좀 미리 와서 준비하면 좋을텐데...
- [사위] 학교에서 지각을 제일 많이 하는 사람이 저이긴 한데... 흠흠. 저는 솔직히 아직까지도 긴장이 다 풀어지진 않았어요. 그래도 예전보단 많이 편해졌어요! 무엇보다도 매주 조금씩 해내고 있는 것들이 보여서 뿌듯해요. 그래서 재단 오는 날이 기다려져요.
- [둘리] 재단에 다 같이 처음 오던 날에, 이 아이들 넷이 입구에서 동그랗게 손잡고 서서 너무 떨려서 죽겠다고, 자기 심장 소리 들리냐고 그랬었거든요. 근데 오늘은 버스가 도착을 했는데도 아무도 안 나오는 거예요. 뒤돌아보니 셋 다 아주 숙면을 취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빨리 일어나라고 부르고 난리도 아니었죠(웃음).
베트남전 필드워크를 위해 한베평화재단 사무실을 찾은 화빈의 네 친구들
Q. 둘리 선생님은 학교에서 베트남전에 대해 공부해본 적이 있나요 ?
- [둘리] 저는 역사를 굉장히 좋아하는 학생이었어요. 대학에서도, 교육대학원에서도 역사를 전공했어요. 그런데 부끄럽게도 "한국이 베트남에 파병을 했다"는 정도만 알았죠. 제가 교과서 만드는 회사에서도 잠시 일을 했었는데요, 베트남전에 대한 기술은 ‘전쟁 특수’ 정도에만 집중되어 있어요. 학생들은 저처럼 모르고 살지 않았으면 해요. 그래서 일단 사회적으로 공론화가 크게 되어야 해요. 더 많은 사람이 알아야 한다는 여론이 생겨야 교육과정에 영향을 미치게 되거든요. 성미산학생들이 그 과정에 작은 기여라도 할 수 있으면 해요. 이 친구들이 알게 되면 마을이 알게 되고, 마을 사람들은 또 사회 각기로 뻗어 나가니까. 이번 활동이 공론화를 만드는 어떤 지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Q. 화빈팀도 지금 베트남전 공부를 굉장히 열심히 하고 있잖아요. 처음 공부해보는 주제이기도 할 텐데. 어렵지는 않나요?
- [연필] 누구도 정답을 말해줄 수 없다는 부분이 어려운 것 같아요.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한베평화재단 선생님들 얘기도 듣고. 베트남전 하나를 이해하기 위해 봐야 할 것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 [둘리] 사실 어젯밤에 학부모님 모임이 있었는데, “아이를 십몇 년을 보면서 요즘같이 공부를 열심히, 많이 하는 걸 처음 본다”는 공통적인 목소리들을 들었어요(웃음). 주말에도 본인들끼리 만나 작업이나 공부를 하더라고요. 어떤 부모님께서는 "애들이 고시생이 된 줄 아셨다"며... 하하. 부모님들께선 아이들의 이런 적극적인 모습을 처음 보신거죠. 주제를 잘 만나니 일이 계속 생기고 공부할 마음이 계속 생기고 하게 된 것 같아요.
- [짜미] 아, 혹시 다들 일부러 집 가서 공부를 더 많이 한 건 아니죠? 하하.
- [연필] 절대 아니에요! 공부할 시간이 부족해서 집 가서도 하는 거죠! 저희 일주일에 8번 보는 사이에요.
- [가니] 그래서 저희끼리 농담으로 “우리는 이제 과제적 거리두기를 할 필요가 있다”, “우리 제발 일주일에 딱 하루는 얼굴 보지 말자!” 맨날 이래요(웃음).
프로젝트 활동을 위해 모임을 진행하고 있는 화빈팀<!--[endif]-->
Q. 화빈팀뿐만 아니라, 성미산학교 포스트중등 모두가 올해 재단과 많은 일을 함께 하고 있어요. 기자회견도 벌써 두 번이나 같이 했네요!
- [연필] 지난달 퐁니 탄아주머니 소장제출 기자회견. 저는 그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기자회견에 가봤어요. 기자가 4-5팀 정도 왔었는데 되게 많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최근에 수요집회나 다른 기자회견들을 봤더니 그때랑 비교가 안 될 만큼 사람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돌아보니, 외로웠던 기자회견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사위] 맞아요. 종전45년 기자회견에 함께 하면서도 “너무 사람들이 적었다. 사회에서 관심을 주지 않는 문제 같다”는 의견이 공통적으로 있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사회가 베트남 문제에 관심을 더 가질 수 있을까 고민을 하게 됐어요. 우리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퐁니퐁넛 응우옌티탄 소장제출 기자회견에서 직접 쓴 발언문을 읽고 있는 가니(가운데)
Q. 성미산학교에서 올해 처음으로 재단과 함께 베트남 평화기행을 갈 준비 중이에요. 어떤 계기에서 평화기행을 가기로 결정했는지, 기대되는 것은 있는지 궁금해요.
- [둘리] 작년 여름에 베트남 여행을 갔었어요. “베트남에 여름인데 시원한 데가 있대!”라길래 아무 생각 없이 즐겁게 떠난 패키지 관광여행이었죠. 그때 가이드분께서 “베트남에선 한국인이 관광지를 벗어나 여행하기 힘들다. 한국인에 대한 인식이 아주 좋지 않기 때문이다. 베트남 전역에 한국군 증오비가 엄청나게 많다” 이런 얘기를 해주셨어요. 그제서야 예전에 한국군 민간인학살 얘기를 잠깐이나마 스쳐 들었던 생각이 났어요.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학생들과 다시 베트남에 꼭 가야겠다고 생각을 했죠. 그러다 베트남 평화기행과 한베평화재단을 알게 됐고, 제가 가자고 제안을 했어요.
- [사위] 저는 기대를 정말 많이 하고 있어요! 저희가 지금 베트남전에 대해서 공부를 하고 있으니까, 아는 만큼 보이는 것도 많을 것 같고. 책으로만 봐온 피해자분들의 이야기나 증오비, 위령비가 있는 장소를 직접 가본다는 것 자체가 기대돼요.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나 생각은 훨씬 다른 차원의 것일 거 같아요.
끝으로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을 던졌다. 둘리 선생님은 “우리 학생들이 앞으로 이 문제로 더 많이 일하고 수고하길 바래요!”라고 답했고, 아이들은 “너무해요!”라면서 웃었다. 마지막까지 장난스레 티격태격 주고받는 대화에서 서로에 대한 애정과 믿음이 보였다. 재단의 작은 일이라도 돕고 싶으니 언제든 불러 달라는 화빈팀의 마지막 인사에서 열정과 푸릇함이 느껴진다. 초록 풀잎과 햇살을 닮은 화빈팀과 함께 할 남은 여름날의 만남도 기대가 된다.
인터뷰, 글 l 한베평화재단 짜미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