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규명 평화연대[인터뷰] 인천 제물포에는 나비섬이 있다_안덕수 인천중앙성결교회 담임목사

[인터뷰]인천 제물포에는 ‘나비섬’이 있다_안덕수 인천중앙성결교회 담임목사


“샬롬!” 


평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그의 답이다. “히브리어로 ‘샬롬’은 평화라는 뜻으로, 하나님이 당신 형상을 따라 창조한 인간 본래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말해요.”


인천중앙성결교회 안덕수 담임목사가 말하는 평화는 ‘정의와 공평’이 함께 하는 평화다. 그의 교회가 ‘나누고·비우고·섬기자’라는 의미를 가진 ‘나비섬’교회로 불리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다. 인천중앙성결교회는 한국군 증오비가 있는 베트남 빈호아마을 중학교에 2017년 12월부터 지금까지 장학금을 후원하고 있다. 당시 후원을 제안했던 안덕수 목사를 만나 그의 ‘나비섬’교회와 베트남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인천중앙성결교회 담임목사 안덕수입니다. 올해 예순 두 살로 목회 후반에 와있네요. 보수적인 성결교단 신학교 출신이지만 자유로운 학풍의 연세대학교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쳐 진보적인 사고도 갖고 있어요. 덕분에 한베평화재단과도 만날 수 있었지요. (웃음)

대전 개척교회에서 22년간 목회를 해오다 하나님의 뜻으로 9년 전 인천중앙교회로 부임했죠. 


Q. 코로나19로 많은 이들이 고통 받고 있는데 목사님은 어떤가요? 

물론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받고 있죠. 교회도 사람이 모이질 못하고 온라인 예배를 드리고 있어요. 우리 교회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어 괜찮은데 개척교회, 월세교회가 많이 힘들지요. 그래서 우리 교인들은 작은 교회의 월세를 대신 내준다거나, 개척교회 목회자들과 나누는 방법으로 돕고 있어요. 최근에는 교인들이 긴급재난지원금을 지역의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드리기도 해요.


사실 이런 일은 코로나 사태로 갑자기 하는 것이 아니라 제 목회철학이기도 해요. 우리교회 별명이 ‘나비섬교회’에요. 무슨 뜻이냐고요? ‘나누고, 비우고, 섬기는’ 교회로서 예수님의 삶, 하나님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자는 거죠. ‘늘 벌어서 남 주고, 배워서 남 주자!’는 것이 예수님 뒤를 따르는 성도들의 삶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교회는 독거노인 반찬나누기, 소년소녀 장학금 전달, 다문화가정 지원, 경로여행 등 다양한 활동으로 ‘나비섬교회’라는 별명에 맞게 노력하고 있어요. 교회의 존재 목적 중 하나는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것이기에 이를 철저히 실천하고 있어요. 9년 동안 이렇게 목회를 하다 보니 교인들도 많이 닮아가고 있어요. 


코로나는 이런 마음을 다지는 계기이기도 하죠. 성경을 보면 전염병을 통해 하나님이 책망하고 심판하는 장면이 나와요. 코로나가 갑작스레 찾아와 비일상이 일상이 되는 상황에서 우리는 제2, 제3의 바이러스가 올 때를 준비하는 마음까지 가져야해요. 우리는 일상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구의 종말, 내 생애의 종말도 불현듯 올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해요.


Q. 한베평화재단은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우리 세대는 파월장병을 ‘미국 용병으로 참전했지만 승리하고 돌아온 영웅’이라고 교육받았어요. ‘파병용사 찬양가’를 부르며 ‘따이한은 훌륭하고 용감해서 전투마다 백전백승’이라고 했죠. 또 레드콤플렉스가 있던 우리나라에서 베트콩을 사살한 것은 자랑스러운 이야기였어요. 동네 옆집, 앞집 형님뻘 되는 분들이 전쟁을 치른 후 받은 선물을 자랑하며 나눠주기도 했고, 어떻게 죽였는지에 관한 잔인한 무용담을 사진과 함께 보여주기도 했고요. 개인적으로 우리 매형도 참전용사에요. 이렇게 주변에 참전용사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4년쯤 전인가? 유튜브 영상과 뉴스를 통해 베트남에서 파병군인이 행했던 엄청난 일과 우리도 가해자였다는 내용을 알게 되었어요.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되었죠. 우리가 일본에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사죄하라고 요구해왔는데, ‘우리에게 사죄를 요청하는 나라가 있구나!’ 라는 사고의 대전환이 일어났어요. 베트남에 대한 역사의식이 바뀌면서 그쪽으로 기사를 살피던 중 재단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3년 전 베트남 평화기행을 갔죠. 영상과 뉴스로 본 일을 실제 만나면서 베트남에 대한 개념이 깨지고 많이 바뀌었죠. 


문제는 제가 리더로서 ‘이것을 어떻게 알려야하는가?’가 사명처럼 된 거예요. 그래서 설교 때, 특별 집회 때 관련 영상을 아예 틀어줬어요. 일종의 모험을 한 거죠. 교인 중에 70대 이상 참전용사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 탄핵반대 부류도, 촛불집회 멤버도 있었거든요. 구성원이 다양했어요. 


설교에서 선거나 정치 이야기는 금기사항이라는 사람들도 있어요.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성직자 사명 중 하나가 ‘불의를 불의’라고 말할 수 있는 거예요. 지난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 ‘대통령 탄핵까지 계속 입을 것’이라며 검은 옷차림으로 설교한 적도 있었어요. 목사는 여당편도 야당편도 아니고 하나님의 입장에서 말씀을 전하는 사람이에요. 물론 그런 설교가 싫다고 교회를 떠나거나, 하지 말라는 문자를 받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죠. ‘정의’를 빼고 무슨 이야기를 하겠어요? 


베트남 파병에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부정적인 면도 알아야 해요. 국가에서 가라니까 간 파월장병의 처지도 이해가지만, 마을 주민을 몰살시킨 것 같은 죄악은 짚고 넘어가야죠. 그래서 “내가 현장에서 보고 왔다.”, “우리도 용서를 빌어야 할 국가가 있다.”라며 교인들, 선후배, 친구목사들에게 이 문제를 알렸어요. 반박할 수가 있어야지. 속으로는 싫었을지 몰라도... 하여튼 많은 교인들이 목사님 덕분에 알게 되었다고 말했어요. 



Q. 2017년부터 지원해온 나비섬교회의 빈호아 중학생 장학금 후원과정이 궁금하네요.

평화기행에 갔을 때, 빈호아 마을 초등학교에 장학금 전달식이 있었어요. 빈호아 마을은 한국군에 의해 마을 주민 430명이 몰살당한 지역이죠. 당시 기행을 이끌었던 구수정 박사가 ‘빈호아 중학교에서도 장학금 지원을 요청하는데,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는 이야기를 했죠. 듣다 보니 ‘우리가 충분히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교회가 해외 선교사를 여러 곳으로 파견하고 있는데 비용이 월 50만 원 가량이거든요. 빈호아 중학교 장학금을 지원하는 것을 선교사 한 명을 파송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겠더라구요. 


교회에는 인사, 재정을 관할하는 ‘당회’가 있어요. 안건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로, 장로가 당회원, 목사가 당회장이에요. 베트남에서 돌아와 당회에, 박해를 가한 베트남 후손들에게 하는 지원의 의미를 설명하며 장학금 지원을 제안했죠. 당회원 만장일치로 안건이 통과했어요. 또 재단에서 누가 장학금을 받았고, 어떻게 전달되었는지 알려줄 때마다 예배시간을 통해 공유해서 교인들도 장학금 후원을 잘 알고 있어요. 해외 선교도 많이 가고, 갈 때마다 선물을 전하는 일이 일상인 ‘나누고, 비우고, 섬기는’ 나비섬교회에서 이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었어요. 필요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는 거죠. 


Q. 장학금을 받는 학생들에게 바라는 것이 있나요? 

하나님 신앙을 갖고 그 나라의 기독교 지도자가 되어 평화와 화합을 만들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고 있죠. 장로들에게 빈호아 학생들이 고등학교, 대학교를 나와 나중에 소수라도 한국에 유학 오면 우리가 감당하자는 제안도 했어요. 학생들이 나비섬교회 도움으로 한국에 잘 정착하면서 기독교를 알게 되고 기독교 지도자까지 될 수 있으니까요. 교인들도 동기부여가 되어야 기쁜 마음으로 함께 하죠. 


Q. 빈호아 장학금 사업을 함께 하고 있는 한베평화재단 활동에 조언을 한다면? 

한베평화재단은 작게 출발해서 이제 4년이 되었지요? 사실 나는 우연히 초창기부터 동참하게 된 것이라 조언이라기보다 바라는 게 있어요. 나는 ‘하나님이 필요에 의해 한베평화재단을 세우시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요. 한국군에 대한 증오비가 있고, 우리가 사죄해야 하는 나라가 있다는 걸 국민들이 알아야 해요. 그 첫 단추를 한베평화재단이 꿰었다면 이제는 이 사실을 국민들에게 더 빨리 더 많이 알리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어요. 좋은 일, 훌륭한 일을 힘겹게 하고 있는데 국민들이 알아야죠. 


그리고 이미 변호사나 교사들이 동참하여 활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치인들도 동참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개신교 쪽에 홍보가 많이 되어서 재단이 강연도 하고, 교회후원까지 이어져야 해요. 한국 교회만큼 큰 후원자 그룹이 없거든요. 다만 정의기억재단을 둘러싼 논란을 통해 알 수 있듯 재단도 처음 취지대로 활동할 것을 수시로 각오하고 투명한 재정을 가진 NGO가 돼야 해요. 재단도 역사가 길어지면 사람이 바뀌게 되고 본래 취지대로 가지 못할 수 있거든요. 


Q. 끝으로 목사님께 평화란?

목회 관점에서 말하자면, 히브리어 인사말 ‘샬롬’이 평화라는 뜻이에요. 하나님이 당신 형상을 따라 창조한 인간 본래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는 게 평화에요. 즉 하나님 창조질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죠. 지금 미국에서 흑인차별철폐운동이 번지고 있지요? 그 여러 슬로건 가운데 ‘정의 없이 평화 없다(No justice no peace)’라는 말이 있어요. 나한테 평화는 ‘정의와 공평’이에요. 열 개의 물건과 열 사람이 있을 때, 각각 한 개씩 가지면 공평하고 평화로운데, 한 사람이 아홉 개를 갖고, 한 개를 아홉 명이 쪼개 가져야 하면 평화가 아니죠. 늘 갈등을 일으키고 싸우는 건 평화의 반대 개념으로, 정의의 공동체, 공평한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평화에요. 부의 독점이 사라지고 양자 간 갈등이 사라지는 것이 평화예요.

 

인터뷰를 마치고 나와 교회를 다시 돌아보니 예배당 출입구가 굳게 닫혀있다. 코로나19가 모든 것을 바꿔버렸다. 온라인 예배가 어색하던 교인들도 이제는 집에서 편하게 드릴 수 있는 TV예배에 익숙해졌을 것 같다. 그러나 코로나19도 곧 극복될 것이고, 얼굴을 마주보고 만나는 일들이 다시 일상이 될 것이다. 베트남에 직접 가서 빈호아 중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직접 전달할 수 있을 것이고.

그 날이 하루라도 빨리 오기를 기도하며, 코로나로 고통 받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마음속으로 말해본다.

 

“샬롬!”


 인터뷰, 글 : 전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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