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규명 평화연대[2025 아덱스 저항 스케치] 죽음의 시장이 보여주는 것과 보여주지 않는 것

2025-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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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아덱스 저항 스케치

 

죽음의 시장이 보여주는 것과 보여주지 않는 것


2025년에도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이름만 보면 서울에서 열리는 첨단산업 전시회 혹은 과학기술의 성취를 볼 수 있는 아주 교육적인 전시회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덱스에서 무기를 사는 곳은 주로 전쟁당사국이거나 전쟁을 준비하는 곳이거나 자국민들을 무력으로 탄압하거나 죽이는 곳들입니다. 베트남전쟁에서 군대를 파병해서 피묻은 돈을 벌었지요. 그 피를 흘린 것은 파병군인들만이 아닌 베트남의 민간인들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올해도 한베평화재단이 참여하고 있는 무기박람회저항행동의 25개 단체는 아덱스 저항행동을 기획했습니다. 8월부터 모여 워크숍을 하고 9월엔 시민청원과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10월 17일부터 19일까지 성남공항 인근에서는 야외전시와 에어쇼가 진행이 되었습니다. 성남공항 인근 탄천변에서 시민들에게 에어쇼라는 볼거리 뒤에 숨겨진 아덱스의 진실에 대해 알리고 평화놀이터를 열었습니다. 20일부터 24일까지는 킨텍스에서 참혹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무기들이 번쩍번쩍 광을 내며 전시되고 사람을 죽이는 것에 양심적으로 거리낌이 없는 무기상들이 거래를 진행했습니다. 21일에 팔레스타인 가자의 학살에 사용된 무기들이 얼마나 성능이 좋은지 자랑하는 이스라엘 기업의 부스 앞에서 빨갛게 칠한 손을 번쩍 들고 집단학살 중단하라고 외쳤습니다. 24일에는 퓨처스데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이 많이 온다하여 학생들에게 전할 메세지가 담긴 간식보따리를 들고 거리에서 작은 전시를 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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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서울공항 행사장에서 흥분한 사회자의 소개와 탄천변에 소풍나온 시민들의 환호성이 들릴 때 

왜가리는 잔뜩 움추려 피할 길없는 굉음의 한복판에서 피할 곳을 찾지 못해 좌절하고 있었습니다. Ⓒ 아침


10월 17일~19일, 서울 ADEX 일반관람일, 성남공항

보여주는 것 :

최신 전투기, 수송기, 헬기 및 민간 항공기, 지상 장비 등 전시

시범 비행 (KF-21, T-50, KT-1 등) 곡예 비행 (블랙이글스, 해외 민간 곡예 비행 팀)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관련 체험 프로그램 운영

의장대 및 군악대 시범 공연

그리고 이스라엘 라파엘 기업의 미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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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주지 않는 것

- 위 라파엘의 SPICE 2000 미사일 앞에서는 아동들이 해맑게 웃으며 인증샷을 찍었습니다. 어디에도 저 미사일이 가자지구에 사용되어 수많은 민간인 사상자를 만들어 낸 것을 알리지 않았습니다. 대형 폭탄은 대규모의 민간인 사상자를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깨끗하게 전시된 형태에서 아무도 죽음과 비극의 흔적을 보려하지 않습니다.

- 전시되는 대부분의 장비는 어디선가 누군가를 효율적으로(?) 죽이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 성남공항은 주거지 인근에 있어 주민들은 무지막지한 소음에 노출되어 있고 에어쇼가 있을 때마다 시행하는 연습 등으로 장기가 굉음에 시달려야 합니다.

- 전투기를 운행할 때 발생하는 탄소배출에 대해 공개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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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박람회저항행동에서는 19일에 전시장으로 향하는 길목 한켠에 자리잡고 ADEX의 숨겨진 진실에 대한 전시를 준비했습니다. 아덱스가 보여주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 아주 짧게 요약한 내용들입니다. 어둡고 추악한 것들로 가득 찬 무기상인과 전쟁으로 돈을 버는 이들에 대해 관심을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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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판넬 크게 보기


아덱스가 보여주지 않는 것을 전시한 곳 맞은 편에는 천막을 쳤습니다. 거래되는 곳은 킨텍스였지만 아덱스 행사장이기도 했으니까 큰 현수막도 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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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의 한쪽에서는 중동의 대표적인 음식인 호무스를 피타브레드에 발라 시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중동의 음식은 환대의 의미가 있습니다. 봉쇄로 인한 굶주림에 고통받는 가자의 사람들을 기억해달라는 의미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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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쪽에서는 만다라 색칠하기, 그림책읽기, 평화보드게임, 뜨개 배워보기, 악기 가지고 놀기 등을 할 수 있는 평화놀이터를 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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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덱스 행사장을 찾아오느라 많이 걸었던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찾아와서 색칠을 하고 부모들은 약간은 뻘쭘해하다가 함께 색칠을 이어갑니다. 사람들을 죽이는 전투기보다 이날 자신이 칠한 그림들이 더 기억에 오래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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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과 오후에 한번씩 호아쓰 밴드의 버스킹도 이어졌습니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짜노가 만든 ‘무기무력송’, 베트남전 관련 노래인 ‘야유나무 아래서’, ‘내가 바라는 것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바위처럼’, 그리고 아침이 작곡한 ‘꽃가루’ 등을 연주하고 부르며 무기보다 강한 노래들을 선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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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들이 줄을 선 곳 옆에서는 피켓팅도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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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들은 에어쇼에 더 관심이 많았지만 화려해 보이지만 굉음 가득한 전투기보다 지구의 미래를 걱정해야하는 것 아닐까요? 군비경쟁으로 전투기들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미래보다 조금이라도 탄소를 배출하려고 하루하루 애쓰는 사람들의 노고를 위해서라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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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덱스의 일반관람일에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과 탄천변에서 에어쇼를 즐긴 사람들은 몇만명 단위입니다. 그들 중 우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사람들이 100명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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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이라 단정하지 않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는 지혜를 갖추기 위해서. 바보같은 군비경쟁에 휘말려 무기상인들의 배만 불리지 않기 위해서. 우리의 목소리가 더 널리 알려지길 바랍니다. 더이상 학살을 자행하지도 학살에 피해입지도 않는 세상이 오길 간절히 바라며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환대의 나눈 모든 이에게 그 마음이 가서 닿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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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가리는 나뭇가지로 숨었습니다. 하늘을 찢는 듯한 에어쇼는 계속 되었습니다. Ⓒ 아침


10월 20일(월) ~ 24일(금), 5일간 진행된 전문 관람일 (Business Day)은 KINTEX 제2전시장 (경기도 고양시)에서 진행이 되었습니다. 이날 무기박람회저항행동은 붉은 손 액션을 준비했습니다. 미리 모여서 티셔츠를 겉옷 안에 입고 팔을 걷어 이스라엘에 의해 사망한 어린이들의 이름을 적었습니다. 다른 팔에는 전쟁장사 중단하라. Stop the genocide 등의 구호도 적었습니다. 그리고 붉은 색 립스틱을 나눠갖고 시간과 행동관련 지침 등을 확인하고 각자 킨텍스 행사장으로 이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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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텍스 행사장에서 긴 줄을 지나 비싼 표를 사고 가방 검문을 거쳐 안으로 들어갑니다. (꼼꼼하게 보진 않았지만 꼼꼼하게 봤어도 못찾아냅니다. 집회 물품이라고는 립스틱 한개가 전부니까요.) 실내에는 아주 말끔한 것들이 무해하다는 듯 전시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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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된 시간이 다가오고 우리는 이스라엘항공우주산업(IAI)의 부스 앞으로 모여듭니다. 근처엔 엘빗이나 라파엘 등 다른 전범기업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생산하는 드론과 폭탄은 가자지구에서 민간인, 구호단체 차량, 피난민 천막 등을 표적 살해하고 파괴하는 데 사용됩니다. 그런데도 이들 기업은 오히려 자사의 무기가 팔레스타인에서 ‘실전 검증’되었다며 홍보하고 판매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되었습니다. 사진찍는 친구가 알려준 포인트에 서서 팔을 걷어붙입니다. 립스틱을 꺼내 손에 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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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둘 씩 옆에 모여서 한목소리로 구호를 외칩니다. “집단학살 중단하라! 전쟁장사 중단하라! Stop the Genocide! Stop the Arms Fairs! 2023년의 경우 시작하자마자 경비원의 제지로 쫓겨났었는데 인원이 좀 되어서 그런지 바로 쫓겨나진 않았습니다. 숨이 차오르다가 구호를 나누어서 외치며 리듬을 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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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면서 퇴거요청을 받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아덱스 조직위에서 경찰에 넘길지말지 판단을 기다리는 동안 립스틱 묻은 손도 닦았습니다. 다행히 기소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해서 바로 해산했습니다. 변호사 두분이 혹시 모를 경찰조사를 위해 함께 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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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4일은 전문관람일의 마지막날이기도 하고 퓨쳐스데이라고 하면서 입장료도 할인해주고 진로/채용 프로그램도 진행했습니다. 거기에 참가할 일반인들에게, 그리고 학생들에게 죽음의 산업에 휘말려들지 말라고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킨텍스 인근에서 작은 전시와 나눠줄 간식을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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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많지 않았지만 지나가면서 더러운 욕을 하면서 지나간 관람객도 있었고 산책나온 인근 주민들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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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한베평화재단과 전쟁없는세상, 비폭력평화물결과 베트남평화의료연대 활동가들이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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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것을 함께 나누며 질문을 하고 싶었습니다. 과연 당신의 자리는 무기의 앞인가요? 뒤인가요? 이 질문은 예전 산마을 고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전쟁기념관에 다녀올 때 함께했던 베트남 유학생들의 질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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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많은 방식과 활동으로 2025년 서울 ADEX라는 파렴치한 죽음의 시장에 대한 저항을 진행했습니다. 아주 미미한 영향을 주었을 수는 있습니다. 그들의 의지에는 아주 작은 흠집도 못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다음주에 지하철에서 남아공에 사는 팔레스타인인이 가방에 달린 팔레스타인 국기를 보고 인사를 건넸을 때 언론에 난 붉은 손 액션 사진을 보여주자 그 분 안에 거대한 의지가 자라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순간 제 안에서도 거대한 의지가 자랐습니다. 우리는 계속 저항할 것입니다. 힘들고 어려워도 함께하기에 사람을 함부로 죽이면 안된다고 돈과 자원이 있으면 싸울 것이 아니라 머리 맞대고 평화를 위한 궁리를 하자고 외칠 힘을 낼 수 있게 됩니다. 2027년엔 더 많은 분들이 함께하길, 더 강한 저항으로 죽음의 시장이 더이상 열리지 않게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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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아침

사진 | 아침, 무기박람회저항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