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규명 평화연대[연대발언] 평화의 탑에 돌 하나를 얹는 마음으로 - 두부 활동가, 제1745 수요시위

2026-03-28
조회수 225


평화의 탑에 돌 하나를 얹는 마음으로

- 두부 활동가, 제1745 수요시위 연대발언 - 


87ad7d8358e47.jpg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주관한 제1745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3월 25일)에서 한베평화재단 두부 활동가가 연대 발언을 했습니다. 지난 2월 23일 병역거부 선언을 한 두부는 전쟁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전쟁 없는 세상은 가능하다는 평화의 메세지를 전달했습니다. 두부의 발언문을 공유합니다.



평화의 탑에 돌 하나를 얹는 마음으로



안녕하세요. 한베평화재단 활동가 김민형, 두부입니다.  
저는 지난 2월 23일 입영일에 입대하지 않고 병역거부를 선언한 병역거부자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이른바 전쟁의 시대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쟁은 계속되고 있고, 누군가는 그 전쟁으로 어떻게 이득을 얻을지 계산하고 있습니다. 그와 동시에 사람은 죽고, 자연은 파괴되고 있습니다.


매일 어디가 폭격을 당했고, 몇 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너무 큰 상실감과 무력감을 느낍니다. 전쟁으로 평화를 이루겠다는 말, 폭탄을 퍼부으면서 정의를 말하겠다는 강대국들의 논리와 실제 벌어지고 있는 전쟁 앞에서, 개인이 감히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막막해지기도 합니다.


전쟁에 대한 고민과 무력감이 깊어만 갈 때 “전쟁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전쟁 없는 세상은 가능하다”고 말하는 이들을 만났습니다. 바로 병역거부자들과 평화활동가들이었습니다.


“상상해 봐! 전쟁이 났는데 아무도 전쟁터에 안 나가는 거야!”


과거 평화운동에서 유행했다는 이 슬로건처럼, 그들은 전쟁을 반대한다고 말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나부터 몸과 삶을 전쟁에 동원하지 않겠다는 구체적인 실천을 하고 있었습니다. 병역과 전쟁에 동원되는 것을 거부하고, 무기 생산과 무기 판매를 막으며, 전쟁을 위한 인적, 물적 자원을 차단하겠다는 그들의 행동을 보며 비로소 제가 걸어갈 평화의 길을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병역거부를 결심했습니다.


저는 2020년부터 시행된 대체복무를 선택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대체복무제는 병역거부자의 양심과 신념을 보호하는 제도라기보다, 인권침해적 요소들로 가득한 징벌적 제도에 가까운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군대도, 대체복무도 거부했습니다. 징벌적인 대체복무제를 바꾸고, 더 많은 사람들이 군대가 아닌 다른 선택지를 고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군대와 대체복무제까지 모두 거부하게 되면 과거 병역거부자들이 감옥에 갔던 것처럼 징역형을 받고 감옥에 가야 합니다. 누군가는 왜 그렇게까지 하냐고 묻습니다. 저 역시 완전히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전쟁으로 계속 사람이 죽고, 자연이 파괴되고, 수많은 생명이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것을 보며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습니다.


e9f36b85c6fc0.jpg


물론 쉬운 결정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이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먼저 용기를 보여준 분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2018년에 평화나비 활동을 하며 저는 일본군‘위안부’ 피해 당사자 분을 처음 만나게 되었습니다. 바로 안점순 할머니, 용담 안점순 인권활동가였습니다. 사실 할머니와의 첫만남은 장례식이었습니다. 비록 할머니를 살아생전 직접 뵙지는 못했지만 “세상에 전쟁이 없어야 나 같은 피해자가 안 생긴다”는 그분의 말은 제 안에 평화의 싹을 틔웠습니다. 얼굴 한 번 뵌 적 없는 분이지만 전쟁과 죽음을 마주하며 좌절감이 밀려올 때마다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와 더불어 안점순 할머니의 용기 있는 삶을 떠올리며 위로와 힘을 얻곤 합니다. 용담 안점순, 용담의 꽃말은 ‘정의’, ‘당신이 슬퍼할 때 나는 사랑한다.’라고 합니다. 용담 안점순, 그의 사랑이 지금 저의 선택을 만들어 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 저는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사건의 진상규명과 지원 활동을 하는 한베평화재단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저는 또 한 분의 용기를 만났습니다. 바로 하미 마을의 응우옌티탄 님입니다. 민간인학살의 생존자인 탄 님은 오랜 세월 진실을 향한 발걸음을 이어 왔습니다. 작년, 베트남전 민간인학살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한국 사회에 직접 평화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탄님이 한국에 오셨을 때, 탄 님은 연대해온 시민들에게 고맙고, 용기를 얻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저 역시 오랜 세월 진실을 위해 싸워온 그분의 삶과 목소리에서 용기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그 용기가 지금의 병역거부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증오와 폭력이 연쇄를 이루는 것처럼, 평화와 정의 또한 연쇄를 만들어 냅니다. 제가 병역거부를 선택할 수 있었던 것도 앞서 평화운동을 이어오고, 전쟁과 군사주의에 문제를 제기해 온 수많은 사람들의 선택 덕분이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계신 분들 역시 서로에게 용기와 위로를 건네며 여기까지 이어져 오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차별과 착취, 혐오가 쌓여 전쟁이 생겨나듯, 평화 역시 매일의 선택이 쌓여 만들어집니다. 저는 평화의 탑에 돌 하나를 얹는 마음으로 병역거부를 선택했습니다. 병역거부는 전쟁을 멈추고 평화를 이루기 위한 수많은 방법 중 하나입니다. 100명의 사람이 있다면 100가지 평화를 실천하는 방법이 있다고 믿습니다. 전쟁의 시대를 멈추고 평화의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의 작은 실천들입니다. 그러니 우리 좌절의 순간에도 서로 곁에 서서, 용기를 주고 위로하며 평화의 그날까지 함께 나아갑시다.


마지막으로 하미 마을 응우옌티탄 님의 말을 전하며 발언을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도 어디선가 정의와 인권을 위해 싸우는 분들이 있다면 함께 이 말을 나누고 싶습니다. 진실을 따르는 우리는 더욱 강해지고 견고해질 것입니다. 진실은 그 자리에 늘 그대로 있고, 언젠가는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기 때문입니다. 감사합니다.”


2026년 3월 25일 두부



aaaf667b4ca6c.jpg


* * * * * 


제1745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 일시: 2026년 3월 25일(수) 낮 12시  

❋ 장소: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

❋ 주최: 정의기억연대

❋ 주관: 한국여성단체연합


■ 순 서

사회 : 김영실 한국여성단체연합 활동가 

여는 노래: <바위처럼> 정의기억연대

주관단체 인사말:  로리주희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정의연 주간보고: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연대발언: 

 - 김은지(경기여성연대 사무국장)

 - 두부(병역거부자, 한베평화재단 활동가)

 - 박수빈(평화나비 중앙집행부) 

 - 류재순(성남평화의소녀상지킴이 단장)

성명서 낭독: 최은주 한국여성단체연합 활동가


■ 주관단체 소개 ■

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여성연합’)은 1987년 창립 이래 가족법 개정, 영유아보육법 제정, 남녀고용평등법 개정, 성폭력특별법‧가정폭력방지법 제정, 호주제 폐지, 성매매방지법 제정 등의 활동을 통해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하는 7개 지부, 29개 회원단체로 구성된 여성단체들의 연합체입니다. 


f34bc44dcc394.jpg



제1745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성명서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과 피해생존자들의 명예회복과 더불어 여성인권과 평화를 요구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은 수요시위가 1745차를 맞이했다. 평등과 평화를 염원하는 우리의 끈질긴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의 평화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5년간 전 세계의 무기 거래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한국도 주요 무기 공급국이 되었다. 이는 전쟁에 반드시 수반될 수밖에 없는 대량 학살에 가담하고 전쟁을 오히려 지원하는 행위이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침략 이후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에게 호르무즈 해협 해군 파병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평화를 해치는 무기 수출과 파병은 민주주의 국가의 이름으로 절대 행해져서는 안 된다.


지금 중동에는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자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던 최소한의 규범마저 철저히 무시하며 단행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략으로 수많은 민간인들이 희생당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분쟁과 전쟁으로 인해 수많은 여성과 어린이,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들은 생존의 기로에 놓여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상황도 매우 우려스럽다. 올해 치러진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단독 과반을 훌쩍 뛰어넘는 압승을 거두어 여당의 핵심 공약인 ‘전쟁 가능 국가’로 나아가는 헌법 개정 움직임이 가속화될 수 있는 상황이다. 또한 ‘방위 장비 이전 3원칙’의 도입 이후 점진적으로 규제를 완화하며 살상 무기 수출을 추진하고 있어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과거 침략의 역사를 지우고, 피해자들의 증언을 외면하며 추진하고 있는 재무장을 즉각 중단하여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드디어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개정으로 일본군성노예제 피해를 ‘강제동원과 성적학대’로 명확히 규정하고, 피해 사실을 부정·왜곡하거나 피해자를 모욕하는 행위를 처벌할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 또한 최근 일본 극우 세력의 지원을 받으며 일본군‘위안부’ 강제동원을 부정하고 피해생존자들을 모욕해온 단체 대표가 구속되었다. 이는 여성인권 증진과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해 평생을 투쟁해 온 피해생존자들의 삶을 부정하고, 인권의 가치를 훼손한 행위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활동은 피해생존자와 시민이 손을 잡고 함께 일궈낸 ‘정의의 역사’ 그 자체다. 이 역사를 기억하고 끊임없이 말하는 것이야말로, 성평등과 평화의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우리의 가장 강력한 다짐이다. 우리는 기억하고 말함으로써 함께 살아갈 평화로운 내일을 만들어갈 것이다.


역사를 부정하는 모든 시도 앞에서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생존자들의 용기를 이어받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은 전시 성폭력 등 여성에 대한 폭력을 해소하고 성평등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중요한 과제이다. 피해생존자들의 존엄이 회복되는 날까지, 여성의 인권이 침해받지 않는 평등과 평화의 세상이 올 때까지, 우리는 진실과 정의, 그리고 연대의 이름으로 끝까지 함께할 것이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일본 정부는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죄하고 법적 배상을 즉각 이행하라.

하나, 일본 정부는 전쟁범죄를 부정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하나, 한국 정부와 국회는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앞장서라.

하나, 모든 전쟁과 전시 성폭력에 반대한다. 모든 전쟁행위를 중단하라.

하나, 대한민국 정부는 전쟁 확대와 민간인 학살에 가담하는 파병 압력을 단호히 거부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