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자 인터뷰[인터뷰] 산마을 고등학교의 세 가지 여행


산마을 고등학교 학생들이라면 세 번 여행을 한다. 1학년은 산마을 고등학교가 자리한 강화도 기행, 2학년은 베트남 평화기행, 3학년은 제주4.3역사기행. 그래서 3년 동안 세 가지 여행을 한다. 산마을 고등학교는 2015년부터 시작해 올 해로 세 번 째 베트남 평화기행을 다녀왔다.

친구들의 여행이야기를 늘 후기로만 만났다. 한 번의 기행으로 풀어놓는 이야기보따리가 어찌나 알차고 깊이가 있는지 신기하기도 하고, 내심 친구들의 진심어린 마음에 짠하고 반성도 하곤 했다. 대견한 마음 한켠으로 한 번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들던 터에 올해 베트남 평화기행을 다녀온 산마을 고등학교 친구들이 한베평화재단을 찾았다.

고혜원, 김경언, 성결, 이윤주, 이해담, 홍조은, 여섯 친구들이 들려주는 베트남 평화기행 이야기. 베트남은 학생들에게 이전과는 다른 경험과 충격을 주었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경험 속에서도 친구들의 여행은 다양한 빛깔을 가진다. 이야기 중간 중간 까르르 터지는 웃음소리는 채 담지 못했다. 행간에 웃음을 넣어 18세 소녀들의 진지하고도 유쾌한 이야기를 만나본다.


홍조은(산마을 고등학교 2학년) 
난 중학교 때에도 참여해 봐서 두 번째. 다녀와서 보고서를 열심히 썼는데, 이번에는 느낀점을 쓰려고 노력했어, 잊어버리니까. 어릴 때와는 확연히 다른 것을 느낀 평화기행이었어. 스무살 어른이 되어서 다녀오는 평화기행은 어떨지 기대돼. 좋은 시간이었어. (또 가려고? 하하)

성별(산마을 고등학교 2학년)
베트남 가기 전에는 내가 알고 있는 전쟁은 6.25전쟁밖에 없었고 그것마저도 잘 알지 못했어. 한 번도 전쟁이나 평화를 깊이 있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생각한 것보다 베트남 다녀온 며칠 사이 평화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봤어. 평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계기가 없어 못 느끼고 있었는데 베트남에서 많이 느꼈어. 나랑 조은이랑 다녀와 사진전시를 했는데 오늘 가져왔지(그 사진으로 한베평화재단 사무실 한쪽 벽면을 꾸미기로 했어)  

김경언(산마을 고등학교 2학년)
기억나는 거? 도안응이아 아저씨, 호이안 밤거리. 그때 내가 아팠는데 친구들이 잘 보살펴줬어.

이해담(산마을 고등학교 2학년)
(경언이같이 다낭도 좋고 밤거리도 좋고 시장도 좋고 여행의 즐거움에 대해서 쓰려면 리포트를 술술 쓸 수 있겠지만) 그런 것 보다 내가 느꼈던 느낌하고 기억들 위주로 쓰느라 리포트 쓰기가 엄청 힘들었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알아야한다는 거, 그걸 엄청 생각하면서 썼어. 참배도 기억에 남고 도안응이아 아저씨가 아기였을 때 눈도 다치고 가족도 돌아가셨는데 누구보다 행복하게 사는 모습이 감명 깊었어. 한국 학생들을 따뜻하게 맞이해주시고, 우리가 위로하면 덕담 해주시는 모습 보면서 이런 게 평화구나 느꼈어. (도안응이아 아저씨 이야기가 감명 깊었나보다.)

성결(산마을 고등학교 2학년)
핸드폰에 메모를 계속 했어. 제일 기억나는 게 퐁니퐁넛 마을에서의 묵언시간. 30분 동안 마을을 돌아다녀도 좋고, 산책도 좋고, 어디 앉아 있어도 좋고. 그때 가장 강하게 들었던 생각은 나는 절대 예전처럼 살 수는 없겠구나. 예전에는 평화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베트남을 배우고 나니 부끄러웠고 예전처럼 살고 싶지 않았고.
친구들한테 너무 고마웠어. 난 더우면 옆사람에게 짜증을 많이 내는데. 베트남 가서는 더웠단 말이야. 애들이 다 더위 먹고 힘들었는데. 위령비에서 이야기들을 때나 참배할 때 덥다는 소리 아무도 안하고.(참배시간 만큼은 진짜 죄송스럽고 반성되니까 짜증이 날아갔어. 참배 열심히 하자. 여태까지 몰라서 되게 반성을 많이 했어. 베트남 와서 알아서 미안함이 배가 되었어.)

조은
밀라이가 크게 다가왔는데 사진도 많고 보이니까 더 충격이 컸어. 그때 드는 생각은 사람 하나 살인하면 처벌받고 그러는데 몇 백, 몇 천, 몇 만이 죽고, 피해자가 가득한데 왜 처벌받지 않을까? 왜 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을까? 생각했어.

이윤주(산마을 고등학교 2학년)
사진이 눈 뜨고 볼 수가 없을 만큼 너무 끔찍해. 내용도 끔찍하고 너무 못 봐주겠는 거야. 아 이런 일이 일어나는구나. 사람의 장기가 튀어 나올 수 있구나. 다음날 탄 아주머니 이야기 들으면서 어제 봤던 사진들의 상황이 눈앞에서 펼쳐졌겠구나. 충격적이고 슬프고. (너무 힘들어. 보기도 힘들고. 마음도 힘들고.)
밀라이 사진 중에 할아버지가 옷 입고 나가려고 준비하는 사진이 너무 기억에 남고. 어떤 아주머니가 단추 잠그고 있는 사진 보면서 그냥 단추 잠그는 것인 줄 알았는데... 먼저 다녀온 선배들이 진짜 속이 울렁거렸다고 그랬거든. 나도 처음으로 느껴본 감정이었어. 진짜 속이 울렁거렸어. 

고혜원(산마을 고등학교 2학년)
베트남 전쟁 피해자분들이 증언을 해 주시는데, 힘든 이야기를 계속 말해주는 것도 고마웠고. 이런 계기도 흔하지 않으니까. 잘 듣고 기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야기도 정말 처음 듣는데 너무 참혹하고 상상이 안 되고 그래서 많이 메모하고 그랬었던 것 같아.



산마을 고등학교 학생들이 찍은 평화기행 사진들로 한베평화재단 한쪽 벽면을 채웠다. 
"도안응이아 아저씨에게 걱정말아요 그대를 불러줬는데 너무 슬퍼서 끝까지 못 부르고 했던 기억이..." 
"이거는 이 친구가 기타를 친 친구 손인데 사드 팔찌에 노란리본을 매고 다녀요. 위령비 향을 꽂을때 찍혀서.."
사진마다 다 이야기가 있다.

“평화기행, 완전 빡세죠. 즐거운 일이요? 호이안에서 유일한 자유시간을 가졌어요.”

호이안의 추억, 빼 놓을 수 없는 소녀들의 가격 흥정 배틀.
“가야돼요. 흥정을 잘 하려면 가야돼” (맞어 맞어) 
“에이 더 깎아, 영현이가 흥정을 리얼 잘해” 
“1만 5천 원짜리 5천 원까지 깎았어요.” 으쓱한다. 
“귀걸이도 엄청 많이 깎았어요. 80만동?”
“야 나 이거 1만동에 샀다니깐.”
“결아 10만동이겠지. 쪼그만 거?”
“이거 베트남 귀걸이예요.”
“저거 베트남 가방이잖아.”
“학생이면 더 깎아야 돼”
왁자하게 자랑하고 뽐낸다.

평화기행, 힘들었지만 다음에는 돈 모아서 내 돈으로 갈 거예요!

정리·글 석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