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과 용기를 불어넣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 레조안통
후원회원 인터뷰를 하면서 아직은 아는 회원이 많지 않아 조금 막막했어요. 조금 특별한 분을 해보고 싶은 마음에 한베평화재단에서 베트남어 초급반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레조안통 선생님을 모셔봤습니다. 베트남에서 오래 살다 온 짜노 활동가는 요즘도 한국의 추위에 적응하기 힘들다고 했는데, 통 선생님은 꽃샘추위에도 옷을 얇게 입고 별로 안 춥다고 합니다. 다낭에 두고 온 오토바이를 그리워하면서도 한국의 지하철이 좋다는 통 선생님은 2019년 V프로젝트 때부터 한베평화재단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현재 동국대 한국어교육과 대학원 과정 중이라 공부와 과제로 바쁘지만 인터뷰 요청에 반갑게 응해주셨어요. 매주 목요일 저녁, 재단과 베트남어로 만나는 통 선생님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 * * * *
아침 : 한국을 어떻게 접하게 되었는지 어쩌다 한국어를 전공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통 : 초급학교(한국으로 치면 초등학교) 다닐 때까지는 한국에 대해 전혀 몰랐어요. 겨울연가인가? 남이섬이 나오는 드라마가 유행해서 부모님이 보셨어요. 그때 베트남에서는 한국은 정이 많고 쉽게 운다는 이미지가 있었어요. 중급 1학년 때 K-pop이 베트남에 많이 유행해서 알게 된 것 같아요. 당시 ITV라는 채널이 있었는데 전화로 투표하면 그 노래를 틀어줬어요. 한국 가수들이 예쁘고 노래가 좋아서 듣게 되었죠. 그때 유명했던 소녀시대를 좋아했어요. 그 이후에 베트남 가요들도 한류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그때 나이가 아직 어려서 한국 사람들은 다 예쁘고 잘생겼다고 생각했어요. K-pop을 알게 된 후에 한국을 좋아하게 되었거든요. 그러면서 언젠가 내가 한국어를 공부하게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계속 공부를 열심히 했고요.
아침 : 초급과 중급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베트남은 학제가 한국이랑 다르죠? 베트남의 학제에 대해 소개해주시고 학창시절 이야기도 부탁드려요.
통 : 한국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죠. 베트남은 이와 비슷하게 초급학교, 중급학교, 고급학교라고 해요. 기간이 조금 달라요. 베트남은 초급이 5년제이고 중급이 4년제에요. 중급학교 때부터 제가 잘 하는거랑 못하는 걸 알아서 이과 쪽의 수학이나 물리 이런 과목 공부는 안했어요. 대신 저는 문과여서 입시에서 영어, 문학, 역사, 지리, 도덕만 잘해도 괜찮았어요. 대학 입학하기 전에는 그냥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잘 놀고 춤도 추고 음악 많이 듣고 했어요.
아침 : 작년에 한국에 와서 공부하고 있는데 어떤 문화 차이를 경험하고 있나요?
통 : 코로나도 있고 과제가 많아서 많이 다니거나 사람들을 만나지는 못해서 많이 알지는 못해요. 일단 점심시간에 수업이 있어서 놀랐어요. 베트남은 점심시간이면 아무리 공부할 게 많아도 수업이 없어요. 무조건 쉬는 시간이에요. 저희 부모님은 꼭 아침, 점심, 저녁을 챙겨 먹어야된다고 생각하시고 저도 항상 챙겼었어요. 여기 와서 살다보니까 아점 먹고 수업 듣고 하는 게 적응된 거 같아요. 베트남에는 아침에 하는 식당이 많아요. 여기는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다낭과 가장 다른 것은 아마 교통인 것 같아요. 서울엔 지하철이 있죠. 지하철 타는 거 좋아해요. 다낭도 지하철이 생겼으면 좋겠는데 그러면 시간이 더 오래 걸릴 것 같아요. 그리고 생활의 속도라고 해야할까? 아무래도 빨리빨리 문화가 달라요. 다낭에는 그냥 조금 잔잔하게 살았어요. 점심시간에 수업하는 것도 빨리빨리 문화인 것 같고, 무슨 일이나 과제가 생기면 교수님들이 계속 재촉을 하시고, 사람들이 길에서 걷는 모습도 빠른 것 같아요.

아침 : 한베평화재단을 처음 알게 된 게 V프로젝트라고 들었어요. 이후 KBS 추적 팀의 베트남 중부 취재 통역을 했다고 들었어요. 그 활동들이 어땠는지도 이야기해주세요.
통 : 저희 학과에서 참가자를 모집해 알아보니까 재밌을 것 같았어요. 이 프로젝트 전에도 제가 봉사활동을 많이 하는 편이어서 한번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참가하게 되었어요. V프로젝트에 처음 신청했을 때도 그냥 봉사활동인줄 알았어요. 한국이나 한베평화재단이랑 연관이 있는 건 몰랐어요. 모집할 때도 몰랐죠. 오리엔테이션을 하면서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이야기를 듣게 된 거예요. 프로젝트에 참가하기 전에는 그 사건에 대해서 아예 몰랐었거든요. 진짜 있는지도 몰랐어요. 기분이 묘했어요. 그런 얘기를 듣고 보니까 마음이 아팠어요. 마음 아팠고 그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 정도였어요. 한국어학과 학생들이나 한국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이 문제를 알긴 하지만 그냥 일반 사람들이나 특히 젊은이들은 많이 모르는 것 같아요. 어른들의 경우 중부 지역 사람들은 많이 알 것 같지만 다른 지역은 어떤지 모르겠어요. 프로젝트를 같이 한 친구 중 일부는 관심이 엄청 많았던 것 같아요. 생각도 많았던 것 같고 화도 났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프로젝트할 때 대부분의 시간은 그냥 놀이터 설계도를 재밌게 만드는 데 집중했어요. 그 사건에 대해서는 얘기를 많이 나누진 않았어요.
한국군 민간인학살 사건들에 대해서 잘 알게 된 건 작년 7월이에요. KBS 다큐 추적팀의 통역을 하면서 더 많이 알게 된 것 같아요. 위령비에 사람들의 이름도 적혀 있었고, 몇 년 몇 년에 태어났는지 그런 것도 알게 되었고, 하미 마을의 탄 아주머니 통역을 했었는데 많은 걸 알게 됐어요. 피해자가 어떤 마음인지에 대해서요. 마음이 아팠어요. 마음이 아팠는데 어떻게 더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제일 기억나는 것은 하미마을 위령비에 갔을 때예요. 거기 가서 촬영을 했는데 어떤 아저씨가 오셨어요. 그 아저씨랑 탄 아주머니 두 분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아저씨도 피해자인 것 같아요. 서로 두 분이 얘기하는 걸 봤는데... 그 사건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안했거든요. 요즘은 어떻게 지내냐는 간단한 얘기를 했어요. 일상생활에 관한 것이었어요. 두 분이 대화하는 걸 보니까 왠지... 왠지 모르게 감동받았어요. 이유는 모르겠어요. 두 분은 옛날의 피해자인데 지금은 둘이 살아서 일상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조금 울컥했어요. 그때 하미와 퐁니 두 마을을 갔었는데 하미 위령비보다 퐁니 위령비는 오래되어서 낡아 보여서 좀 안타까웠어요. 하미에서는 V프로젝트에서 만든 놀이터가 여전히 예쁘고 잘 관리되고 있어서 뿌듯했어요.
아침 : 작년 여름 한국에으로 유학 온 후 한베평화재단과 만나 인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통 : 한국에 오고 한베평화재단의 추천으로 4.19선양재단의 장학금을 받았는데 고맙고 감사했어요. 한국에서 한베평화재단의 활동을 지켜보니 재단이 멋있어 보여요. 제가 봤을 때는 활동을 하면서 어떤 한국 사람들한테는 반대를 받고 있잖아요. 그것도 힘들 텐데, 그래도 계속 하는 건 멋있는 것 같고 한편은 고맙다는 마음도 들어요. 현우 선생님이나 아침님은 한국 사람인데도 우리나라의 아픈 사건을 음.. 표현하기가 좀 어려운데 고맙다는 그런 마음이 있어요. 그래서 멋있어요. 한국어학과 친구들은 활동을 많이 알고 있어요.
아침 : 베트남어 수업을 두 번 진행했는데 어때요? 베트남어 교재에 남부 사투리도 적혀있는게 재밌었어요. 말뿐 아니라 문화 차이도 클까요?
통 : 재밌어요. 처음에는 원어민이지만 잘 가르칠 수 있는지 의심이 됐었어요. 하다 보니까 괜찮은 것 같아요. 베트남 사람한테 한국어 가르쳐본 적은 있는데 더 쉬워요. 아무리 어려워도 제 모어로 설명을 할 수 있어요. 베트남어를 가르칠 때 한국어로 설명하는 게 너무 어려워요. 한국어는 제가 연구하고 공부한거라 잘 가르칠 수 있는데 베트남어는 본능적으로 하는 거라 가르치기가 어려워요. 문화는 한류영향으로 많이 바뀌고 있어요. 남부는 재밌고 웃긴 코미디 속에 가치를 담는 식으로 영화나 드라마를 만들어요. 북부는 진지하고 가치를 직설적으로 말하는 식이에요. 문화적으로도 북부는 진지하고 기가 센 편이고 남부는 가볍고 즐길 줄 아는 여유를 가지고 있어요.

아침 : 마지막 질문이에요. 죽을 때 눈감으면서 ‘아, 나는 이런 삶을 이루어냈어’ 이렇게 간직하고 싶은 게 뭘까요? 혹은 어떤 세상에서 살고 싶은지가 궁금해요.
통 : 음... 저 같은 경우에는 MBTI가 ENFP인데, MBTI에서는 인생에서 담당하는 역할이 있다고 해요. ENFP는 영감을 주는 사람이라는데 읽어보니까 맞는 것 같아요. 제가 뭔가를 힘들 게 열심히 해서 해내면 다른 사람들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너도 한번 해봐라’할 수 있는 그런 영감과 용기를 불어넣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러면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을까요?
* * * * *
내년까지 한국에 머물며 공부하다가 돌아갈 예정이라고 하는 터이 통(통선생님)은 이번 여름에 베트남에 다녀온 후에 부산 여행을 계획 중이라고 하네요. 부산은 베트남으로 치면 호치민 같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답니다. 우리의 통 선생님이 부디 건강하게 학업을 마치시길, 한베평화재단과의 즐겁고 의미있는 인연도 계속되길 바랍니다!
인터뷰이, 글 | 아침 활동가
사진 | 아침, 통 친구

영감과 용기를 불어넣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 레조안통
후원회원 인터뷰를 하면서 아직은 아는 회원이 많지 않아 조금 막막했어요. 조금 특별한 분을 해보고 싶은 마음에 한베평화재단에서 베트남어 초급반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레조안통 선생님을 모셔봤습니다. 베트남에서 오래 살다 온 짜노 활동가는 요즘도 한국의 추위에 적응하기 힘들다고 했는데, 통 선생님은 꽃샘추위에도 옷을 얇게 입고 별로 안 춥다고 합니다. 다낭에 두고 온 오토바이를 그리워하면서도 한국의 지하철이 좋다는 통 선생님은 2019년 V프로젝트 때부터 한베평화재단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현재 동국대 한국어교육과 대학원 과정 중이라 공부와 과제로 바쁘지만 인터뷰 요청에 반갑게 응해주셨어요. 매주 목요일 저녁, 재단과 베트남어로 만나는 통 선생님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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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 한국을 어떻게 접하게 되었는지 어쩌다 한국어를 전공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통 : 초급학교(한국으로 치면 초등학교) 다닐 때까지는 한국에 대해 전혀 몰랐어요. 겨울연가인가? 남이섬이 나오는 드라마가 유행해서 부모님이 보셨어요. 그때 베트남에서는 한국은 정이 많고 쉽게 운다는 이미지가 있었어요. 중급 1학년 때 K-pop이 베트남에 많이 유행해서 알게 된 것 같아요. 당시 ITV라는 채널이 있었는데 전화로 투표하면 그 노래를 틀어줬어요. 한국 가수들이 예쁘고 노래가 좋아서 듣게 되었죠. 그때 유명했던 소녀시대를 좋아했어요. 그 이후에 베트남 가요들도 한류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그때 나이가 아직 어려서 한국 사람들은 다 예쁘고 잘생겼다고 생각했어요. K-pop을 알게 된 후에 한국을 좋아하게 되었거든요. 그러면서 언젠가 내가 한국어를 공부하게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계속 공부를 열심히 했고요.
아침 : 초급과 중급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베트남은 학제가 한국이랑 다르죠? 베트남의 학제에 대해 소개해주시고 학창시절 이야기도 부탁드려요.
통 : 한국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죠. 베트남은 이와 비슷하게 초급학교, 중급학교, 고급학교라고 해요. 기간이 조금 달라요. 베트남은 초급이 5년제이고 중급이 4년제에요. 중급학교 때부터 제가 잘 하는거랑 못하는 걸 알아서 이과 쪽의 수학이나 물리 이런 과목 공부는 안했어요. 대신 저는 문과여서 입시에서 영어, 문학, 역사, 지리, 도덕만 잘해도 괜찮았어요. 대학 입학하기 전에는 그냥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잘 놀고 춤도 추고 음악 많이 듣고 했어요.
아침 : 작년에 한국에 와서 공부하고 있는데 어떤 문화 차이를 경험하고 있나요?
통 : 코로나도 있고 과제가 많아서 많이 다니거나 사람들을 만나지는 못해서 많이 알지는 못해요. 일단 점심시간에 수업이 있어서 놀랐어요. 베트남은 점심시간이면 아무리 공부할 게 많아도 수업이 없어요. 무조건 쉬는 시간이에요. 저희 부모님은 꼭 아침, 점심, 저녁을 챙겨 먹어야된다고 생각하시고 저도 항상 챙겼었어요. 여기 와서 살다보니까 아점 먹고 수업 듣고 하는 게 적응된 거 같아요. 베트남에는 아침에 하는 식당이 많아요. 여기는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다낭과 가장 다른 것은 아마 교통인 것 같아요. 서울엔 지하철이 있죠. 지하철 타는 거 좋아해요. 다낭도 지하철이 생겼으면 좋겠는데 그러면 시간이 더 오래 걸릴 것 같아요. 그리고 생활의 속도라고 해야할까? 아무래도 빨리빨리 문화가 달라요. 다낭에는 그냥 조금 잔잔하게 살았어요. 점심시간에 수업하는 것도 빨리빨리 문화인 것 같고, 무슨 일이나 과제가 생기면 교수님들이 계속 재촉을 하시고, 사람들이 길에서 걷는 모습도 빠른 것 같아요.
아침 : 한베평화재단을 처음 알게 된 게 V프로젝트라고 들었어요. 이후 KBS 추적 팀의 베트남 중부 취재 통역을 했다고 들었어요. 그 활동들이 어땠는지도 이야기해주세요.
통 : 저희 학과에서 참가자를 모집해 알아보니까 재밌을 것 같았어요. 이 프로젝트 전에도 제가 봉사활동을 많이 하는 편이어서 한번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참가하게 되었어요. V프로젝트에 처음 신청했을 때도 그냥 봉사활동인줄 알았어요. 한국이나 한베평화재단이랑 연관이 있는 건 몰랐어요. 모집할 때도 몰랐죠. 오리엔테이션을 하면서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이야기를 듣게 된 거예요. 프로젝트에 참가하기 전에는 그 사건에 대해서 아예 몰랐었거든요. 진짜 있는지도 몰랐어요. 기분이 묘했어요. 그런 얘기를 듣고 보니까 마음이 아팠어요. 마음 아팠고 그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 정도였어요. 한국어학과 학생들이나 한국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이 문제를 알긴 하지만 그냥 일반 사람들이나 특히 젊은이들은 많이 모르는 것 같아요. 어른들의 경우 중부 지역 사람들은 많이 알 것 같지만 다른 지역은 어떤지 모르겠어요. 프로젝트를 같이 한 친구 중 일부는 관심이 엄청 많았던 것 같아요. 생각도 많았던 것 같고 화도 났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프로젝트할 때 대부분의 시간은 그냥 놀이터 설계도를 재밌게 만드는 데 집중했어요. 그 사건에 대해서는 얘기를 많이 나누진 않았어요.
한국군 민간인학살 사건들에 대해서 잘 알게 된 건 작년 7월이에요. KBS 다큐 추적팀의 통역을 하면서 더 많이 알게 된 것 같아요. 위령비에 사람들의 이름도 적혀 있었고, 몇 년 몇 년에 태어났는지 그런 것도 알게 되었고, 하미 마을의 탄 아주머니 통역을 했었는데 많은 걸 알게 됐어요. 피해자가 어떤 마음인지에 대해서요. 마음이 아팠어요. 마음이 아팠는데 어떻게 더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제일 기억나는 것은 하미마을 위령비에 갔을 때예요. 거기 가서 촬영을 했는데 어떤 아저씨가 오셨어요. 그 아저씨랑 탄 아주머니 두 분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아저씨도 피해자인 것 같아요. 서로 두 분이 얘기하는 걸 봤는데... 그 사건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안했거든요. 요즘은 어떻게 지내냐는 간단한 얘기를 했어요. 일상생활에 관한 것이었어요. 두 분이 대화하는 걸 보니까 왠지... 왠지 모르게 감동받았어요. 이유는 모르겠어요. 두 분은 옛날의 피해자인데 지금은 둘이 살아서 일상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조금 울컥했어요. 그때 하미와 퐁니 두 마을을 갔었는데 하미 위령비보다 퐁니 위령비는 오래되어서 낡아 보여서 좀 안타까웠어요. 하미에서는 V프로젝트에서 만든 놀이터가 여전히 예쁘고 잘 관리되고 있어서 뿌듯했어요.
아침 : 작년 여름 한국에으로 유학 온 후 한베평화재단과 만나 인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통 : 한국에 오고 한베평화재단의 추천으로 4.19선양재단의 장학금을 받았는데 고맙고 감사했어요. 한국에서 한베평화재단의 활동을 지켜보니 재단이 멋있어 보여요. 제가 봤을 때는 활동을 하면서 어떤 한국 사람들한테는 반대를 받고 있잖아요. 그것도 힘들 텐데, 그래도 계속 하는 건 멋있는 것 같고 한편은 고맙다는 마음도 들어요. 현우 선생님이나 아침님은 한국 사람인데도 우리나라의 아픈 사건을 음.. 표현하기가 좀 어려운데 고맙다는 그런 마음이 있어요. 그래서 멋있어요. 한국어학과 친구들은 활동을 많이 알고 있어요.
아침 : 베트남어 수업을 두 번 진행했는데 어때요? 베트남어 교재에 남부 사투리도 적혀있는게 재밌었어요. 말뿐 아니라 문화 차이도 클까요?
통 : 재밌어요. 처음에는 원어민이지만 잘 가르칠 수 있는지 의심이 됐었어요. 하다 보니까 괜찮은 것 같아요. 베트남 사람한테 한국어 가르쳐본 적은 있는데 더 쉬워요. 아무리 어려워도 제 모어로 설명을 할 수 있어요. 베트남어를 가르칠 때 한국어로 설명하는 게 너무 어려워요. 한국어는 제가 연구하고 공부한거라 잘 가르칠 수 있는데 베트남어는 본능적으로 하는 거라 가르치기가 어려워요. 문화는 한류영향으로 많이 바뀌고 있어요. 남부는 재밌고 웃긴 코미디 속에 가치를 담는 식으로 영화나 드라마를 만들어요. 북부는 진지하고 가치를 직설적으로 말하는 식이에요. 문화적으로도 북부는 진지하고 기가 센 편이고 남부는 가볍고 즐길 줄 아는 여유를 가지고 있어요.
아침 : 마지막 질문이에요. 죽을 때 눈감으면서 ‘아, 나는 이런 삶을 이루어냈어’ 이렇게 간직하고 싶은 게 뭘까요? 혹은 어떤 세상에서 살고 싶은지가 궁금해요.
통 : 음... 저 같은 경우에는 MBTI가 ENFP인데, MBTI에서는 인생에서 담당하는 역할이 있다고 해요. ENFP는 영감을 주는 사람이라는데 읽어보니까 맞는 것 같아요. 제가 뭔가를 힘들 게 열심히 해서 해내면 다른 사람들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너도 한번 해봐라’할 수 있는 그런 영감과 용기를 불어넣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러면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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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까지 한국에 머물며 공부하다가 돌아갈 예정이라고 하는 터이 통(통선생님)은 이번 여름에 베트남에 다녀온 후에 부산 여행을 계획 중이라고 하네요. 부산은 베트남으로 치면 호치민 같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답니다. 우리의 통 선생님이 부디 건강하게 학업을 마치시길, 한베평화재단과의 즐겁고 의미있는 인연도 계속되길 바랍니다!
인터뷰이, 글 | 아침 활동가
사진 | 아침, 통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