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및 보도자료[입장문] 피해자도 참전자도 고통스럽게 하는 한국 정부의 베트남전 진상규명 외면을 규탄한다




[베트남전쟁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 네트워크 입장문] 2024년 3월 12일 


피해자도 참전자도 고통스럽게 하는 
한국 정부의 베트남전 진상규명 외면을 규탄한다


지난 3월 5일(화) 국회의원회관에서는 ‘한국군 베트남전 파병 60주년 회고와 전망’을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국민의힘 국가안보위원회(위원장 성일종 의원)과 한국군사문제연구원(KIMA)이 공동주최한 이번 세미나는 성일종 국회의원, 김형철 KIMA 원장, 이용준 세종연구소 이사장(2000년 하미 위령비 비문 사건 당시 주베트남 한국대사관 참사관), 월남참전자회 이화종 회장 등의 참전군인 약 300명이 참석한 큰 규모의 행사였다. 이날 모임은 사실상 지난 2023년 2월의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국가배상소송 1심 원고 승소 판결에 대한 대대적인 반발과 성토를 위한 자리였다.

지난 1심 판결에서 재판부는 퐁니·퐁녓 학살 사건의 실체를 인정했고 피고 대한민국의 명백한 불법행위에 따른 배상 책임을 확인했다. 소멸시효에 대해서도 원고가 객관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었던 장애 사유를 인정해 피고의 시효 완성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1심 판결에 대해 국방부가 항소하자 베트남 정부가 즉각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이날 세미나에서는 1심 판결 결과를 외면하고 국익과 외교 문제를 거론하며 피고 대한민국의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는 발언들이 쏟아져나왔다. 

사건의 실체가 1심 판결을 통해 규명된 점이 있음에도 이날 세미나에서는 여전히 원고 응우옌티탄과 가족들이 베트콩이거나 동조세력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고 사건의 진실과 피해자의 권리보다는 국익과 안보를 중시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또한 사법자제의 원칙을 강조하며 재판부의 판결을 권리 남용이자 국제적 관례를 어긴 것으로 판단하는 주장들도 제기되었다. 최근 베트남 정부가 "베트남 국민의 정당한 권리를 존중한다"며 민간인학살 진실규명의 당위성을 확고히 했음에도 이러한 점은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판결로 인한 외교 문제의 비화, 양국 관계의 부정적 영향 등을 운운하는 발언들이 이어졌다. 그리고 세미나의 마지막에는 ‘응우옌티탄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에 드리는 호소문’을 공동채택하며 2심이 진행 중인 이번 소송에 대한 정치적 압력을 행사했다. 

1999년부터 한국 사회에서 베트남전 진실규명 운동이 시작되었고 그에 대한 사회적 반발도 컸지만 지난 25년간 한국 시민사회는 베트남전쟁 과거사 문제와 관련하여 발굴된 다양한 이야기와 자료들을 접하며 전쟁의 진실을 깨달으며 많은 사회적 변화를 이어왔다. 지난 1심 승소 판결은 그러한 역사적 진전의 큰 성과라고 할 수 있겠으나 우리 사회는 참전자 단체의 여전한 반발에 직면해있고 이와 입장을 같이하는 정치세력도 목도하고 있다. 지난 1심 판결을 전 세계가 주목했고 베트남의 피해자는 물론 베트남 정부도 이를 환영했음에도 민간단체인 한국군사문제연구원의 편향된 정치적 입장에 정부 여당까지 합세한 이번 세미나는 베트남전쟁의 진실을 인정하지 않는 한국 사회의 부끄러운 얼굴을 여실히 보여준 자리였다는 점에서 우리는 너무도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 

베트남전쟁 과거사 문제로 이와 같은 사회적 분열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전쟁범죄의 진실을 은폐하며 50년 넘게 베트남전쟁 피해자가 요구하고 25년간 시민사회가 촉구해온 진실규명을 회피한 한국정부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 반세기가 지나도록 한국 정부가 침묵하고 외면하는 사이 베트남 피해자의 고통과 더불어 한국 시민사회 내의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지금이라도 학살 사건과 관련된 비공개 자료를 공개하고 소송과 관련하여 베트남 정부와의 공동 조사를 추진하여 △진실을 규명하고, △학살과 무관한 대다수 참전자와 극소수 관련자를 가려야 하며, △명령자를 찾아내 단순 관련자에게 지휘명령체계상 참작할 사정이 있는지 등을 가리는 것이 베트남 피해자의 명예를 회복함은 물론 참전군인들과의 사회적 갈등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우리는 2023년 2월 국회에서 발의된 ‘베트남전쟁 한국군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베트남전 과거사 문제로 인한 시민사회의 갈등을 외면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를 강하게 규탄하며 정부가 앞장서 진상규명과 갈등의 해결을 위해 하루속히 나설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요구한다. 


베트남전쟁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 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