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및 보도자료[입장문] 전쟁범죄에 면제는 없다. 고엽제 피해자 쩐또응아의 소송 투쟁을 지지한다.


 


[입장문]

전쟁범죄에 면제는 없다

고엽제 피해자 쩐또응아의 소송 투쟁을 지지한다


2024년 8월 22일(목), 프랑스 법원이 베트남인 고엽제 피해자 쩐또응아(Trần Tố Nga)가 베트남전 고엽제 제조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항소심 판결에서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2021년 1심 판결과 마찬가지로 국가면제의 원칙을 근거로 프랑스 법원이 미국의 고엽제 제조사들에 대한 판결을 내릴 수 없다고 선고했다. 쩐또응아는 이번 판결에 매우 큰 실망감을 밝히며 즉각 대법원 항소를 밝혔다.

베트남전 당시 종군기자였던 쩐또응아(올해 82세)는 미군의 고엽제에 노출돼 당뇨병과 암 등의 후유증을 앓았고, 딸이 심장질환으로 생후 17개월 만에 목숨을 잃었다. 뿐만 아니라 현재 그의 다른 두 딸도 고엽제 후유증을 앓고 있다. 프랑스 국적인 그는 미국의 베트남전 고엽제 제조사 14개 기업들을 상대로 2013년부터 프랑스 법정에서 소송 투쟁을 시작해 2021년 1심에서 패소했으나 항소했고 이번에 다시금 실망스러운 결과와 마주했다. 이번 소송에는 현재 독일기업 바이엘에 인수된 몬산토,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다우케미컬 등 14개 회사가 피고로 법정에 섰다. 이들 대다수는 다국적기업으로 바이엘과 다우케미컬은 프랑스에 법인을 두고 있다.

프랑스 법원의 항소심 판결 직후 베트남 외교부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팜투항 외교부 대변인은 논평에서 “베트남은 프랑스 법정의 이번 판결에 유감을 표명한다. 우리는 이 사안에 대해 여러 차례 입장을 표명했다. 전쟁은 끝났으나 전쟁의 크나큰 후유증은 베트남 국민과 나라에 깊은 악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그중에 고엽제 피해가 있다”고 밝히며 “우리는 미군을 위해 고엽제를 공급한 제조사들에게 고엽제로 벌어진 문제에 책임질 것을 요구하는 고엽제 피해자들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쩐또응아는 항소심 판결을 앞두고 프랑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아주 긴 발걸음을 걸어왔다. 길어질수록 그들은 우리의 의지가 소멸되리라 생각했겠지만 시간이 우리의 편이자 정의의 편이란 것을 그들도 알거나 모른척하고 있을 따름이다. 오늘 우리의 행동 슬로건은 용기, 대담, 희망, 확고다"라며 소송 투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항소심 판결에 매우 실망했음에도 그는 즉각 대법원 항소 투쟁을 불사했다.

"이 투쟁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닌 자녀들과 수백만 피해자들을 위한 투쟁이다."(2021년 발언)라고 쩐또응아가 말했던 것처럼 이번 소송에는 베트남전 전쟁범죄의 대표 사례인 고엽제 피해가 낳은 수많은 피해자들의 절규와 요구가 담겨있다. 베트남전 고엽제 피해자는 베트남인이 약 400만명에 달하며 한국의 참전군인 고엽제 피해자도 약 6만 명에 달한다. 고엽제는 인간에 대한 피해는 물론이거니와 에코사이드-생태학살이란 개념을 낳았을 정도로 생태계에도 극심한 피해를 초래한 중대한 전쟁범죄다.

국가면제의 원칙에 따라 쩐또응아의 항소를 기각한 프랑스 법원의 판결은 너무도 실망스럽다. 국가면제에 관한 국제관습법은 항구불변의 것이 아니다. 21세기에 접어들어서는  중대한 인권 침해나 불법행위의 경우 예외를 인정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것은 국가주의가 지배하고 있는 세계에서도 인권과 평화주의가 성장하고 있는 국제사회의 흐름을 세계 각국의 법정이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 최근 한국 법원이 일본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도 국가면제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쟁범죄 책임에 면제는 있을 수 없다. 당 시대의 법과 제도가 국가와 기업의 전쟁범죄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진보할 수밖에 없는 인류의 인권과 정의가 세상을 변화시켜 그 죄를 묻고 책임을 지게 할 것이다. 미국 정부의 요구로 어쩔 수 없이 고엽제를 공급했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고엽제 제조사들의 무책임과 무정의를 규탄한다. 고엽제 피해를 비롯한 수많은 베트남전 전쟁범죄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음에도 그어떤 책임 인정과 사과도 없는 미국 정부를 성토한다.

고엽제 제조사들은 베트남전쟁 시기 7,300만 리터에 달하는 고엽제라는 ‘무기’를 판매해 막대한 이익을 거둬 오늘날 거대 다국적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들의 전쟁범죄와 생태학살로 얻은 더러운 달러 벌이를 전세계가 잊지 말아야 한다. 한베평화재단은 대법원까지 힘겹게 걸어갈 쩐또응아의 법정 투쟁을 지지하며 프랑스 파리의 청년들이 거리에서 쩐또응아를 위해 외친 구호를 끊임없이 함께 외칠 것이다. JUSTICE POUR TRAN TO NGA(쩐또응아를 위해 정의를)!

 

한베평화재단

 2024년 8월 23일


고엽제 피해자 쩐또응아와 그를 지지하는 파리의 청년들 © Collectif Vietnam-Diox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