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및 보도자료[성명서] 이재명 대통령은 국방부 뒤에 숨지 말고, 베트남전 진실규명 1만 시민 청원에 다시 응답하라

2026-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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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이재명 대통령은 국방부 뒤에 숨지 말고,  

베트남전 진실규명 1만 시민 청원에 다시 응답하라



1년 전 베트남 피해자 방한 때 10,541명 시민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제출한 「새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등 인권침해 진실규명 촉구 청원」에 지난 8월 13일 국방부가 답변을 보냈다. 청원 접수 416일 만에 돌아온 국방부의 답변은 청원의 모든 요구사항을 거부했다. 베트남전 진실규명과 관련된 여러 현안에 대한 이번 답변은 한국 정부가 이 문제를 대하는 모순된 태도와 책임 회피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국가폭력의 피해자들이 제기한 국가배상소송과 관련해 국가가 제기한 상소를 취하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문제에 대해서는 상소 취하가 불가하다는 모순된 입장을 이번 답변에서 밝혔다. 대법원을 통해 최종 판단을 받겠다면서도 사건의 진실을 밝힐 국정원 보유의 퐁니학살 자료는 공개할 수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는 정부가 스스로 내세운 국가폭력에 대한 책임 원칙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태도다. 결국 정부는 진실을 확인할 자료는 공개하지 않으면서 국가의 가해 책임은 끝까지 부정하겠다는 것이다. 


진실규명을 위한 특별법은 국회에 법안이 계류 중이니 지켜보겠다고 했지만, 그동안 법안이 논의될 때마다 국방부는 특별법 제정에 사실상 제동을 걸어왔다. 전쟁기념관 등 공공기관에 전시된 베트남전쟁 전시 개선에 대한 요구는 국가에 헌신한 “참전용사의 명예 고양”이라는 설립 취지에 위배된다며 거부했다. 그럼에도 청원에서 제기한 파병군인의 자살·자해·전쟁트라우마·전쟁후유증 등 인권침해 조사와 사과 문제에는 답변조차 하지 않았다.


하미학살 비문 문제에 대해서는 사건 이후 25년 만에 첫 정부 입장을 밝혔다. 참전자단체의 지원으로 피해 마을에 위령비 건립이 추진되었으나, 학살 피해를 적시한 비문은 연꽃 그림 대리석으로 봉인되었다. 외교부가 비문의 내용을 가장 먼저 문제 삼아 베트남 정부와 마을을 압박한 사실이 있음에도, 이번 답변에서는 이를 하미마을과 참전자단체라는 민간 당사자 간의 합의 문제로 축소하며 정부의 개입 사실을 사실상 지웠다. 


국가배상소송은 대법원에, 특별법은 국회에, 퐁니 사건의 진실은 국정원에, 하미 위령비 비문 문제는 마을과 참전자단체에게. 2페이지에 걸친 청원 답변에는 한국 정부의 책임 떠넘기기가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여기에서 우리 시민사회는 1만 시민 집단청원을 국민신문고를 통해 국방부에 이첩해 개인 민원으로 처리하게 만든 청와대의 무책임함을 본다. 베트남전 진실규명이 국가의 중대한 사안인 만큼 국방부를 비롯한 각 부처의 전향적인 태도를 이끌어낼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했음에도, 우리 시민들은 국방부의 뒤에 숨은 이재명 대통령의 침묵을 볼 뿐이다.


무엇보다 이번 답변은 이재명 정부가 베트남전 문제를 어떻게 대할 것인지에 대한 정부의 최종 답변이 될 수 없다. 이 청원은 국방부 장관에게 제출한 민원이 아니라 1만 시민이 대통령에게 제출한 청원이기 때문이다. 국방부가 청원 요구를 거부했다면 이제 청와대가 답할 차례다. 이에 시민사회는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에 다시 요구한다.


하나. 이재명 대통령은 1만 시민이 대통령에게 제출한 청원에 직접 답하라.
국방부의 민원 답변으로 1만 시민의 요구를 끝내지 말고, 베트남전 진실규명에 대한 대통령과 정부의 공식 입장을 밝혀라.


둘.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국가배상소송의 상고를 취하하라.
국가폭력 피해자들이 제기한 국가배상소송에서 상소를 자제하겠다는 정부의 원칙을 베트남전 피해자들에게도 적용하라. 베트남 피해자라고 해서 다른 기준을 적용하지 말라.


셋. 베트남전 진실규명 특별법 제정을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입법에 적극 나서라.
국회에 법안이 계류 중이라는 이유로 기다리지 말고 정부가 입법 논의에 책임 있게 참여하라. 이 법안에는 베트남 피해자와 파병군인 모두의 인권문제가 담겨 있고, 그들에게는 남은 시간이 없다.


넷. 정부가 조사한 학살 피해 사건과 하미 위령비 비문 문제에 관한 국가 기록을 공개하고 진실을 밝히라.
국가정보원이 보유한 퐁니 사건 조사 기록을 비롯한 관련 문건을 공개하고, 하미마을 위령비 비문 문제에서 정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관련 기록을 공개하라. 진실 은폐와 국가기관의 개입 여부를 조사하라.


다섯. 전쟁기념관 등 국가의 공식기억을 전면 재검토하고 파병군인의 인권침해 문제에 답하라.
전쟁의 과오를 은폐하는 전시로는 전쟁의 교훈과 평화를 이야기할 수 없고, 파병군인의 헌신 또한 온전히 말할 수 없다. 국가가 방관했고 이번 청원에서도 외면한 파병군인의 자살·자해·전쟁트라우마·전쟁후유증 등에 대한 조사 요구에 응답하라.


이제 공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가폭력의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해왔다. 제주4·3과 광주5·18을 비롯한 국가폭력과 전쟁범죄에 대해 국가의 책임을 강조했고, 국제사회 앞에서는 ‘보편적 인권’의 가치를 강조해왔다. 그렇다면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어째서 베트남전쟁 민간인학살 문제 앞에서는 침묵하고, 국가의 가해 책임을 부정하는 국방부의 답변 뒤에 머물러 있는가.


베트남전 진실규명은 국방부 하나의 민원이 아니다. 국가가 저지른 폭력에 대해 국가가 어떤 책임을 질 것인가를 묻는 국가적 사안이다. 청와대가 해야 할 일은 부처 뒤에 숨는 것이 아니라, 각 부처의 입장을 조정하고 국가 차원의 해결 방안을 마련하며, 대통령이 밝힌 원칙을 정부의 정책과 행동으로 관철하는 것이다. 베트남전 인권침해 진실규명을 요구한 1만 시민은 이번 답변에서 대통령의 목소리를 전혀 듣지 못했다. 이제 이재명 대통령이 답할 차례다. 국방부 뒤에 숨지 말고 국가의 책임 앞에 서라. 국가가 저지른 폭력의 진실을 밝히고, 그 책임을 국가의 이름으로 끝까지 짊어져라.


2026년 8월 19일


기자회견 연명 37개 시민단체 및 참석자 일동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 국제민주연대, 극단 신세계, 김복동의 희망, 김복동평화센터, 녹색당, 대한예수교 장로회 언약교회(한익스프레스 화재산재참사 고 김형주 님 유가족모임), 리영희재단, 민변 베트남전쟁 민간인학살 진실규명 TF, 민족문제연구소, 보건의료 반전평화팀, 비무장평화의섬제주를만드는사람들, 성미산학교, 성프란치스코평화센터, 소박한자유인, 시민평화포럼, 식민지역사박물관, 아리아리 불꽃, 아카이브평화기억,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이스크라21, 전쟁기념관을 바꾸는 시민활동가들의 모임, 정의기억연대,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봄, 종이로 만든 배, 참여연대, 창작공동체 무적의무지개, 천주교 춘천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청년기후긴급행동, 하노이-호아빈 한국어 학습자 모임, 한국회복적정의협회 회복적정의연구소, 한베평화재단, 향린교회 사회부, (사)베트남평화의료연대, (사)아디, (재)금정굴인권평화재단

* 기자회견 후 '서울민예총'에서도 이번 성명에 대한 연명 의사를 밝혀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