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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시대의 평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았다. 밤부터 두통과 몸살이 엄습한다.
밥맛도 뚝 떨어져 겨우 한 끼를 챙겨 먹으며 종일 이불 속에서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3일째 아침, 언제 아팠냐는 듯이 몸이 쨍하게 맑다. 그런데 더없이 우울해진다.
돌연변이 바이러스도 퍼진다 하고, 효능이 불투명한 백신을 해마다 맞으며
몸살로 공포를 이겨내는 삶이 참 평화롭지 않기 때문이다.

전세계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억8천만 명에 이르고 사망자는 4백만 명에 육박한다.
각 나라의 왕래가 끊긴지 2년, 베트남 피해자들을 만나고 위로하는 일도 다 멈추고 말았다.
한국군 피해 지역에 친환경 어린이놀이터를 짓는 프로젝트는 통화로만 진행하자니 더디기만 하고,
장학금 전달은 제 때에 이뤄지지 못하며, 각 피해 마을의 위령제나 따이한 제사에도 참석은커녕 조화 보내기도 쉽지 않았다.

베트남 평화기행을 한국 땅에서 하면 어떨까? 생각이 모아져 베트남전쟁과 관련된 곳 중,
용산 전쟁기념관, 국립서울현충원, 화천 베트남 파병 군사훈련지(오음리)를 둘러본다.
승리한 전쟁으로 기억을 남긴 장소들은 학살의 고통을 외면했고 인류보편적 인권과 정의, 민주주의는 찾기 어려웠다.
국가가 기록으로 남긴 반평화의 현실이 아프게 다가왔다.

세계인으로 사는 우리 삶에 평화는 가능할까?
권력자들이 자행하는 학살은 세계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금도 전쟁 중인 나라가 20여 개국. 평범한 시민들이 난민이 되어 죽고, 다치고, 굶주리며 세계를 떠돌고 있다.
기후재앙은 때마다 덮쳐오고, (초)미세먼지 경보는 일상이 되었다.
가혹한 경제불평등은 삶을 꿈꾸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 우리는 행동해야 한다. 평화를 위해 미약하나마 정의롭지 못한 일에 맞서야 한다.
미얀마 민주주의를 위해 1인시위에 나서고, 기왕이면 적은 양을 채식으로 먹고,
서로 비난과 분쟁을 멈추고, 이웃과 무엇을 나눌지 고심해야 한다.
팬데믹 시대, 우리 마음에 스민 우울과 아픔이 평화를 만나기 위해선 먼저 아픈 세계를 만나야 한다.

여는 글_장혜옥 한베평화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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