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읽기우리는 왜 오사카 시민들을 만나려 하는가 / 김창섭

2026-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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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오사카 시민들을 만나려 하는가


김창섭(소박한자유인 대표)


* 이 발제문은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베트남 다큐 <평화로 가는 길> 상영회와 반전/평화토론회(2026.1.31)에 발표된 글입니다. 


우리는 지금 ‘전쟁의 시기’에 살고 있습니다. 너무나 많은 전쟁이 벌어지고 있어 하나하나 거론하기도 힘든 상황입니다.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이래 ‘강자는 약자의 것을 빼앗아도 된다’는 논리가 노골화되고 있는 세상입니다. 이른바 2차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해 만든 세계체제가 미국 자신에 의해 무너져 가고 있는 형국입니다.


이에 따라 반전/평화를 외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반면 전쟁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사람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한국 방산업체 주식은 현재 거의 매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한화그룹 계열사 등 한국의 방산업체 주가는 올해 들어 한 달 동안 대체로 30% 이상 상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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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이스라엘의 가자학살을 규탄하고 팔레스타인 연대를 외치는 거리 집회 ©김창섭


그런데 이들의 주가는 평화협상 분위기가 나오면 하락세를 보입니다. 이에 따라 방산업체의 주식을 보유한 사람들은 전쟁 소식에 환호하고 평화분위기에는 절망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개인투자자도 이럴진대 로키드마틴 등 방산업체를 소유한 자본가는 어떨까요? 국제자본가들이 이윤을 위해 일부러 전쟁을 기획하는 일이 과연 불가능한 일일까요? 


심지어 한국의 현 정부는 ‘세계 4위 방산강국’을 목표로 내걸고 있습니다. ‘남북한이 대치하며 항상 전쟁을 준비할 수 밖에 없는 한반도의 비극적 상황이 오히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한국의 방산업체가 도약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언론 보도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 증권회사들은 거의 매일 방산업체의 목표 주가를 상향하는 보고서를 제출하고 있습니다. 


이런 예를 봐도 정치인과 자본가들이 전쟁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극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정치가와 자본가는 전쟁을 막을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전쟁을 막고 평화에 대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은 바로 여기 모인 시민들의 힘이 모일 때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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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학살 중단하라! (Stop the genocide), 전쟁장사 중단하라! (Stop the arms fair)".
일산 킨텍스(아덱스 서울 2025)에서 진행된 학살반대, 전쟁장사 규탄 직접행동 ©김창섭 


이에 따라 한국의 평화활동가들은 국내외 무기산업업체들에게 무기 판매 중단을 요구하며 여러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의 젊은이들이 평화적 신념에 따라 병역의무를 거부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한베평화재단의 김민형(金敏瀅)이라는 활동가도 며칠 전 병역거부를 선언했습니다. 그는 병역거부 운동을 통해 획득한 대체복무제(주로 교도소에서 수감자를 관리하는 일을 하게 됩니다)까지도 거부했습니다. 나아가 한국의 평화활동가들은 전쟁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주시하며 기후정의운동에도 열의를 보이고 있습니다. 


일본 역시 반전 평화 운동의 오랜 전통과 실천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베트남전쟁 시기 미군 병사들의 참전 거부를 도왔던 ‘베트남평화연대’(베헤련) 활동부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점령 및 전쟁범죄를 고발하고 규탄하는 활동이 활발하다는 사실은 한국에도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간사이 지역에서 일본 자위대의 미사일 기지 건설 반대 시위가 있었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이러한 한국, 일본의 반전/평화 운동의 경험을 교류하고 나아가 공동활동을 모색하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자 더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는 베트남 전쟁이 끝난지 5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러나 한국정부와 국방부는 베트남에서 한국군에 의해 자행된 민간인 학살에 대해 진실규명과 공식 사과를 거부하거나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의 일부 시민들도 일본의 식민지 지배 및 태평양전쟁 시기 조선인에 대한 징용/징병에 대해서는 일본 측에 사과를 요구하지만 베트남에서의 한국군 전쟁범죄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하는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또는 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국가배상소송 항소심 승소(2025년 1월 17일) 기자회견에서 기뻐하고 있는 원고 응우옌티탄 ©  한베평화재단


그러나 한국의 평화시민단체 등의 노력으로 2023년 2월 한국의 민사법정은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및 정부 책임을 최초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지난해 항소심에서도 이 판결은 유지됐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국방부는 여전히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 계신 이동석 선생님 말대로 일본의 극우와 한국 정부의 논리 및 행동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최근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던 한국 군인들의 양심고백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들은 어떤 면에서는 국가의 명령을 수행할 수 밖에 없었던 피해자이기도 합니다. 태평양전쟁에 참전했던 일본의 군인들도 군국주의에 희생된 피해자입니다. 다만 국가는 전쟁범죄에 대해 인정하지 않거나 개인의 일탈로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민간인 학살에 대해 국가와 개인이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자신의 가해 사실을 부정한다면 피해자에 대해서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현상이 벌어집니다. 전쟁 그 자체가 이런 상황를 모호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쟁에 동원된 군인들은 명령을 내린 국가에 의한 피해자이기도 하지만 구체적 살상행위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그 가해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럴 때만이 자신에 대한 국가의 잘못을 지적할 수 있는 명분이 생깁니다.


마찬가지로 한국 정부와 시민들이 베트남에서의 가해 행위를 인정할 때 위안부 문제 등 일본의 전쟁범죄에 대해 공동 대응할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습니다. 나아가 모든 전쟁범죄에 대해 공동 대응할 수 있는 동력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일본과 한국의 전쟁범죄는 국가와 민족주의 관점에서 볼 것이 아니라 반전/평화의 관점에서 보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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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27일 엘오사카 노동자센터 오사카 시민들이 한국의 옵티칼하이테크  원정투쟁을 지원하기 위해 집회를 열었다. ©김창섭 


이상과 같이 베트남전쟁, 태평양전쟁 그리고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전쟁범죄는 규탄 받아야 하며 서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한국과 오사카의 시민을 시작으로 국제적인 반전/평화에 대한 공동 대응을 제안드리고 싶었습니다. 오늘 이런 모임은 내년엔 서울에서 그 다음해엔 오사카에서 이어지기를 희망합니다. 끝으로 반전/평화 뿐 아니라 우경화의 세계 흐름 속에 각 나라에서 벌어지는 외국인노동자, 난민문제, 소수자 문제 등 다양한 주제로 논의 가 확산되길 바라는 마음도 전해드립니다. 난삽한 제 이야기 끝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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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고글은 재일조선인 이동석 선생님께서 추진한 한-오사카 국제시민연대 프로젝트에 참여한 발제문입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위한 시민 모금이 아직 부족합니다. 여러분의 참여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모금 참여


계좌 후원 국민은행 095001-04-176496 한베평화재단

* 입금자명에 꼭 "동석"을 추가 기재해주세요. 예) 홍길동 동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