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읽기[평화의 mat]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연대, 재생산정의를 위한 연대 / 나영

202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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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연대, 재생산정의를 위한 연대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투쟁과 ADEX 2025 긴급 저항행동에 함께하며


나영 /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10월 21일, 셰어는 무기박람회저항행동에서 준비한 ADEX 2025 항의행동에 함께 참여했다. 방위산업 전시회 자체도 문제지만 올해는 특히 팔레스타인에서의 집단학살 중단을 촉구하며 이스라엘의 국영 방산업체 IAI(Israel Aerospace Industries 이스라엘항공우주산업) 부스 앞에서 진행되는 기습 항의행동에 꼭 참여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무기박람회저항행동이 3천여 명의 서명을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ADEX에는 IAI를 비롯해 엘빗 시스템즈(Elbit Systems), 라파엘(Rafael Advanced Defense Systems) 등 이스라엘 무기 산업체들이 역대 최대 규모로 참여했다. 21일 약속된 시간이 되자, 전시장 곳곳에 흩어져 있던 참가자들은 IAI 부스 앞으로 모여 집단학살로 사망한 팔레스타인 어린이의 이름을 새긴 두 팔과 붉게 칠한 손을 높이 들고 함께 외쳤다. 


“집단학살 중단하라! 전쟁장사 중단하라!”
“STOP THE GENOCIDE! STOP THE ARMSFAI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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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I 부스 앞에 서서 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는 동안 IAI 직원 중 한 사람이 잔뜩 화가 난 얼굴로 내 앞에 서더니 자신의 핸드폰을 들어 나에게 사진을 보여주었다. 사진에는 흰 천으로 덮인 시체 한 구가 놓여있었다. 팔레스타인의 공격에 의해 사망한 누군가의 사진이었을까. 그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참으로 아이러니하고 이해할 수 없는 순간이었다. 집단학살을 자행하고 있는 국가의 방위산업체가 자신들이 자랑하는 최첨단 무기가 얼마나 많은 생명을 잘 죽일 수 있는지를 전시하고 있는 현장에서 그에 항의하는 활동가의 눈 앞에 들이댄 시체 한 구의 사진. 마치 그 하나의 장면으로 자신들의 정당성을 다 설명할 수 있다고 진심으로 확신하는 듯한 그의 표정과 행동에서, 나는 오히려 이 현실의 참혹함을 더욱 생생하게 느꼈다.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투쟁과 재생산정의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이 ‘다시’ 시작된 2023년 10월 7일 이후 셰어는 집단학살 중단과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함께 참여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지난 77년 동안 자행해 온 정착민 식민주의의 폭력과 집단학살의 역사는 팔레스타인에서의 재생산정의 또한 철저하게 무너뜨리고 말살해온 역사였기 때문이다. (**‘정착민 식민주의’는 점령자들이 점령한 땅을 차지하기 위해 원래 살고 있던 선주민들과 땅, 식생을 완전히 말살하거나 뒤바꿔 자신들의 땅으로 만드는 형태의 식민지 점령 방식을 뜻한다.)

셰어의 단체명에도 있는 ‘재생산정의’는 기본적으로 ‘낳을 권리’와 ‘낳지 않을 권리’, ‘안전하고 건강하게 양육을 할 권리’를 모두 아울러 이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의 구조적 부정의를 해결해 나가고자 하는 방향을 담고 있는 개념이다. 따라서 각 개인의 법적 지위에 따라 주어지는 권리의 차원을 넘어서, 한 사회와 공동체의 구성원이 살아가는 삶의 조건과 이들을 착취하거나 억압하는 구조와 체제의 문제에 주목한다. 한 생명을 낳고 키우는 일은 마치 온전히 개인의 선택인 것처럼 다뤄지지만 누가, 어떤 상황과 조건 속에서 출산과 양육을 하게 되는지, 어떤 이들이 임신과 출산을 억압당하고, 또 어떤 이들에게 출산과 양육이 장려되는지에 관한 문제를 생각해보면 결국 이는 절대 개인의 선택만으로는 다룰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장애인이  살아가기 어려운 사회에서는 장애인에게 충분한 권리와 사회적 인프라를 보장하는 대신, 장애인을 집단거주 시설에서 살아가게 하고, 사회적 관계를 맺는 것조차 어렵게 만들며, 장애인의 임신을 억제하거나 본인의 동의도 받지 않은 피임 시술과 임신중지를 요구한다. 장애가 있어도 태어나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을 만드는 대신 장애가 있는 태아는 낳지 않는 편이 좋다는 인식을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게 만든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그 원인을 만든 국가의 책임은 가린 채 임신중지도, 출산과 양육에 대한 책임도 모두 개인에게만 묻고 있는 것이다. 재생산정의 운동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본다면 단지 장애가 있는 이들이, 또는 장애가 있는 태아를 ‘낳을 권리’와 ‘낳지 않을 권리’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을 생산성 없는 인구집단으로 다루고 장애인의 성적 권리와 재생산권리는 보장하지 않으며, 장애인의 삶을 사회적 관계망으로부터 고립시키는 부정의의 문제에 대해 함께 싸우는 것을 중요한 운동 방향으로 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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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맥락에서 셰어는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투쟁이 재생산정의를 위한 투쟁이라고 보고 적극적으로 연대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1948년 팔레스타인 땅을 점령하고 정착민 식민주의를 시작한 이후 77년 동안 팔레스타인인을 완전히 몰아내거나 말살하고 팔레스타인의 삶의 방식과 식생을 뒤바꿨으며, 문화와 역사를 완전히 삭제해버리고자 하는 시도를 계속해왔다. 특히 이를 위해 이스라엘은 여성과 아동을 집요하게 공격했다. 임신한 여성을 공격하여 살해하는 것은 ‘한 방에 두 목숨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여겼고, 팔레스타인의 아동을 어린이가 아닌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인식하게 만들기 위해 집요하게 ‘탈아동화(unchilding)’ 전략을 사용하여 자신들의 아동 학살을 정당해 왔다. 출산이 임박한 팔레스타인 여성들은 검문소에서 아무런 의료적 조치도 없이 출산을 하도록 강요당했다. 2000년에서 2005년 사이에만도 70여 명의 여성들이 검문소에서 출산을 했고, 이들 중 절반에 달하는 35명의 유아와 5명의 산모가 적절한 의료조치를 받지 못해 사망했다. 또한 이스라엘은 오랫동안 가자지구를 거대한 감금지대로 만들면서 성·재생산 건강에 필요한 의약품과 필수품이 공급되기 어렵게 만들어 왔다. 무엇보다도 지금처럼 집중적인 전쟁과 학살이 지속되는 동안에는 음식, 물, 위생, 의약품 등을 구할 수조차 없어 임신 중 건강 관리, 안전한 임신중지, 안전한 출산 및 산후 관리에 접근할 수가 없고 이는 여성의 건강과 이후의 임신, 출산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12월 22일 발표된 나세르 의료센터 소아과/산부인과 과장 아흐메드 알 파라의 발표에 따르면, 전쟁으로 인해 가자 지구의 조산율은 60%까지 치솟았다. 점령군이 검문소를 폐쇄하고 의료 용품, 분유, 난방 장비의 반입을 막으면서 의료 서비스와 필수 의약품 부족으로 인해 조산아 사망률은 35%까지 상승했고 영양실조로 인한 영아 사망율도 계속 치솟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재생산’은 곧 공동체의 생존의 조건을 의미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팔레스타인 민중들에게는 ‘살아가는 것’이 곧 저항이고,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투쟁은 곧 살아남기 위한 투쟁이며 공동체를 이어나가기 위한 투쟁이다. 


집단학살에 기여하는 군사 산업에 대한 저항은 재생산정의를 위한 저항이다


이스라엘의 집요한 집단학살과 이 과정에서 자행되어 온 팔레스타인인의 재생산 말살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공격만이 아니라 이스라엘이 집단학살을 정당화하는 논리가 세계 어디에서든 정당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 재생산정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스라엘의 식민지배를 지원하고 집단학살에 적극 공모하고 있는 각국 정부와 군사산업, 군산복합체에 저항하는 행동은 재생산정의를 위한 절실한 투쟁이기도 하다. 셰어는 이 연대와 투쟁을 지속해 나가기 위해 재생산정의를 위한 BDS 선언문을 발표하고 연대의 힘을 모아나가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이들이 이 과정에 함께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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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무기박람회저항행동


[평화의 mat]

'mắt'은 베트남어로 '눈(目)'을 뜻하는 단어로 '평화의 mat'은 평화의 눈으로 '맛 본' 세상 이야기를 나누는 칼럼입니다.